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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바람 피운 배우자는 이혼 청구 불가능"…유책주의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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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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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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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보완책 없는데 섣불리 파탄주의 전환, 사회적 약자 보호 못 받아"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과 대법관들 /사진=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과 대법관들 /사진=뉴스1
혼인관계에서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유책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50년 전 판례를 계속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여성과 15년간 동거해 온 A씨가 청구한 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관 7대 6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간의 이혼 판결에 있어 대법원은 50년전 판결을 인용해 왔다. 대법원은 1965년 9월 "잘못이 큰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고 계속해서 이를 유지해 왔다. 이혼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입장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 입장이 힘을 얻었다.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를 시키려는 노력은 부부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파탄주의를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파탄주의를 적용한 하급심 판례가 늘어나는 등 판례 변경의 요구가 높아져 왔다.

이날 대법원은 "우리나라에는 재판상 이혼제도 뿐 아니라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협의이혼 제도가 존재한다"며 "실제로 지난해 전체 이혼 중 77.7% 협의 이혼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책배우자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채택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파탄주의를 취하는 여러 나라들에서는 이혼의 상대방이나 그 자녀가 가혹한 상황에 빠지면 이혼을 허가하지 않는 이른바 '가혹조항'을 두고 있고 부양책임을 강제하는 제도 등 파탄주의 채택으로 인한 상대방의 일방적 희생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장치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파탄주의와 관련한 아무런 규정이 없어 상대방의 일방적 희생을 방지할 장치가 없다"며 "보완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섣불리 파탄주의로 전환하면 상대방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희생돼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반대 의견을 낸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은 "혼인생활이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실질적 이혼상태로 봐야 한다"며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 청구를 수용해서 안된다는 종전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1976년 부인 B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 A씨의 늦은 귀가와 잦은 음주 등으로 부부는 자주 다퉜다. A씨는 1996년 C씨를 만나 내연관계가 됐고 딸도 낳았다. 부인 B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부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결국 A씨는 2000년 집을 나와 현재까지 C씨와 동거 중이다.

A씨는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나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법상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부인 B씨는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두 자녀 때문에 이혼 청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남편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결혼 생활이 파탄나게 된 책임이 있는 A씨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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