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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주의 vs 파탄주의' 반세기 논쟁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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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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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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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사진=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사진=뉴스1)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이어져온 논쟁이 15일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됐던 '유책주의'가 변함 없이 이혼재판 실무에 적용될 전망이다.

우리 법원은 1965년부터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 기존 유책주의에서 벗어나 파탄주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쪽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날 대법관 13명의 의견도 7대6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은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유책주의 유지와 파탄주의 수용을 두고 의견이 갈린 것은 재판상 이혼원인을 명시한 민법 제840조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민법 840조 1~5호는 유책사유를 언급하고 있고, 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명시하고 있다.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1~5호에 무게를 두지만, 파탄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은 예외사유에 주목해왔다.

파탄주의 수용을 주장한 대법관들은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나고 혼인생활의 지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는 민법이 정하고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났다면 이혼으로 인정해 법률관계를 정리해주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반대 의견을 보인 대법관들은 "혼인의 실체가 사라진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해석했고, 파탄 책임은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이나 재산분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7명의 대법관들은 파탄주의를 도입하기엔 사회·경제적으로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7대6의 의견으로 가까스로 유책주의를 유지하게 됐다.

이들은 "협의이혼이 가능한데 재판상 이혼에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해줄 만한 사정은 없다"며 "상대 배우자를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현 시점에서 파탄주의를 받아들인다면 한쪽이 희생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혼 후 상대방 부양 책임에 대한 아무런 법률 조항이 없고 위자료나 재산분할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6월26일 각계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도 양측의 의견 대립은 팽팽했다. 파탄주의를 주장하는 김수진 변호사는 변화된 사회 풍토를 강조했다. 반면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양소영 변호사는 국가가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제도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날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를 종전보다 확대했다.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이 부분을 둘러싸고 '논쟁 2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판례는 상대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을 때에 한해 이혼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날 대법원은 이를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을 때"로 확대했다. △상대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돼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졌을 때 △유책 배우자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가족의 보호와 배려를 위해 노력한 사정이 인정됐을 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는 파탄주의 채택이 대세를 이룬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입법을 통해 파탄주의로 전환했고 미국은 2010년 모든 주에서 무귀책이혼제도를 채택했다.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도 1987년 판례를 바꿔 파탄주의를 받아들였다. 다만 일본을 제외한 이들 국가에서는 우리와 달리 협의이혼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파탄주의를 도입한 나라들은 상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조항과 부양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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