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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혼소송 추세는 '파탄주의'…우리 대법원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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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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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주의 채택 국가는 이혼상대방 보호 제도 갖추고 있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대법원은 15일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혼인관계가 파탄상태라도 바람을 피우거나 배우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우리 법원은 당분간 이혼법정에서 '유책주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다수의 국가가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추세이다. 파탄주의는 부부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다.

1907년 스위스가 처음으로 ‘파탄주의’를 옛 민법에 명시적으로 도입했고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유럽가족법위원회(CEFL)’가 공표한 '유럽이혼법원칙'에 상대방 동의 없이 이혼할 수 있는 이유를 정했고 이에 해당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도 모든 주(州)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1987년 판결로 몇 가지 조건하에서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며 제한적 파탄주의를 채택했다.

이혼소송에서 파탄주의를 취하게 되면 이혼청구는 증가하고 이는 실제 이혼율의 증가로 이어진다.

당연히 이혼으로 인한 자녀문제와 이혼 배우자의 경제적 문제도 따라서 늘어난다. 그래서 '파탄주의' 채택 국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를 잘 정비해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파탄주의 채택 이후의 자녀양육이나 이혼배우자의 경제적 문제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를 보호할 법적 장치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상대방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크다고 봤다.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은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거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제한하는 ‘가혹조항’을 두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는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 책임제도 등을 두고 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주(州)는 이혼 후에도 상대 배우자를 부양하도록 하고 있다.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부양적 재산분할 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청산적 재산분할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자립 능력이 없는 상대방 배우자는 경제적 궁핍에 내몰리게 될 위험이 크다.

전경근 교수(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던 배우자가 이혼 후에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데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제도화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는 재산분할, 유책자의 위자료가 전부인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백승흠 교수(청주대학교 법학과)는 "파탄주의를 취하려면 이혼 배우자의 경제적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재산분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현행 민법상 재산분할 청구권은 사실상 전업주부를 모델로 만든 것으로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가사노동을 제공해도 재산분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이는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재산분할제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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