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중금리 대출 시장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중금리 대출. 요즘 대출 시장에서 가장 주요한 키워드다.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등 모든 금융기관이 앞다퉈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모 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대출 금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출시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중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는 업권별로 천차만별인데 은행의 경우 평균 금리가 약 7%, 은행계 저축은행의 경우 평균 금리가 약 14% 정도다. 전체 대출 상품 평균 금리(은행 5%, 저축은행 18%)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가장 필요한 중금리는 7~13%의 대출상품이라는 점에서 현재 금융권이 제공하고 있는 중금리대출상품은 썩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8~12%의 중금리대출상품이 P2P금융 스타트업에서 제공되고 있다. P2P(Peer-to-Peer·개인 대 개인) 금융이란 돈을 빌리고자 하는 개인 대출자에게 돈을 투자하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가 투자 형식으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 서비스이다. P2P 금융 스타트업은 대출을 신청한 개인 대출자를 자체 신용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심사하여 이를 통과한 대출자들의 신용·소득 정보 등을 제공하고 개인투자자는 원하는 대출자에게 원하는 금액만큼 자유롭게 투자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운영하는 어니스트펀드는 은행에서 한도가 다 차서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신규 대출을 제공하거나 이미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대환 대출을 제공한다. 금리대는 4.9%에서 15.5%로 은행과 카드론 사이를 연결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출자는 평균 50% 정도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투자자는 평균 약 9%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상품이 된다.

이처럼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P2P 금융이 개인들이 모여 유휴 자원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사용 대가를 지불하는 공유경제 정신에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유휴 자원을 가지고 있는 자금 공급자와 돈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금 수요자를 효율적인 IT(정보기술) 플랫폼을 통해 직접 연결함으로써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중금리 대출 상품과 저위험-중수익의 투자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 금융기관이 정책적·기술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일을 개인들의 힘으로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다.


P2P 금융은 언어적 표현이 생소하게 다가올 뿐, 실제로 가족 간 혹은 친지 간 금융거래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는 그동안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 금융 직거래를 줄곧 해왔다. 이러한 개인 간 금융 직거래는 이제 P2P 금융 플랫폼으로 옮겨와 중금리대출-중수익투자 금융상품 직거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개인들의 힘이 모여 만들어나갈 새로운 금융 시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