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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엿보기]‘갑·툭·튀’ 화폐개혁론에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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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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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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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감 이주열 총재 리디노미네이션 ‘공감’ 발언 후 일파만파 확산…총재 스스로 재질문 요청할 정도, 어려운 경제여건 투영됐다는 의견도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준말)였다. 눈 깜짝할 사이 확대 재생산되는데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17일 열린 한국은행 2015년 국정감사를 뒤덮은 이슈는 미국 금리인상도, 1130조 가계부채 해결책도, 한은 금리정책 독립성도 아니었다.

화폐 액면단위를 변경하는 이른바 화폐개혁으로 불리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개혁)이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발단’은 국감 첫 질의자였던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에서부터 시작됐다. 류 의원은 “우리나라 화폐단위가 조 다음 경, 경 다음 해라고 하는데 법적근거가 어디에도 없다”면서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환율 숫자도 너무 크다”고 했다.

달러당 네자리수 환율은 신흥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화폐 액면단위를 바꾸자는 주장이었다. 예컨대 1155.5원인 환율표기를 1/1000으로 나눠 1.1555로 하자는 얘기다.

일본 엔화가 세자리수로 표기되고 있고, 중국 위안화나 유로화는 한자리수로 달러대비 환율이 표기된다.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등도 자국화폐 환율이 한자리수다.

류 의원은 “현재 일반 식당에서도 5000원짜리 메뉴가 5.0으로 표시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화폐개혁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논란의 ‘확산’은 이 총재의 입에서 비롯됐다. 이 총재는 “약 10년전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 말은 곧바로 속보로 기사화됐고 이후 화폐개혁이란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이 총재의 ‘공감’이란 표현은 어느새 ‘추진’, ‘검토’란 단어로 바뀌었다. 급기야는 이미 준비작업이 끝나 '청와대 재가(裁可)만 기다린다'는 정체불명(?) 보도까지 나왔다.

국내 화폐수급을 책임지는 한은 수장의 발언이었던터라 파급력이 엄청났다.

한은 직원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 특히 화폐수급 담당부서인 발권국 직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고. 정부는 물론 각계 각층에서 확인전화가 쇄도해 정상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발권국은 국감 중반에 긴급 해명자료를 냈다. 내용인 즉, 이 총재 발언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이지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의사를 표명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실무진의 거듭된 보고에 긴박감을 느낀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재질문’을 자청했다. 오후 2시경 류 의원의 보충질의 시간이 됐고 이 총재는 오해를 풀 기회를 얻게됐다.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거래 편의성을 도모하고 경제력에 맞는 원화화폐 위상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화폐발행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 물가상승 압력, 경제주체 불안감 조성 등의 단점도 있다”며 “장단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류 의원의 첫 리디노미네이션 질의에 “공감한다”는 말에 이어 하려 했던 ‘본심’을 4시간이나 지나서야 하게 된 것.

이 총재는 특히 현재 한은 내부적으로 화폐개혁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향후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더라도 통화당국은 참여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단기간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개혁 논란은 지속됐다. 이에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도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지난 18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화폐개혁론과 관련 “현재 정부 내에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오래 전부터 화폐단위가 커지는 부분에 있어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화폐 단위를 줄일 경우 장점도 있지만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양대 경제수장 모두 손사래쳤지만 이번 일은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여당에서 출발한 논의였던데다 2009년 5만원권이 유통된 이후로 통화승수가 급격히 하락해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서다.

한은 내부에서는 “경제가 좋지 못해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야하지 않겠냐는 국민들의 잠재의식이 논란을 더 키운 것 같다”는 씁쓸한 말들도 회자된다.

곧장 화폐개혁을 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곳은 다름아닌 한은이다. 본점 지하창고에 쌓여있는 인쇄비만 수천억원 들인 수조원 상당의 지폐가 모두 쓸모 없게 된다. 시중 유통량까지 한꺼번에 인쇄하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비용은 결국 국민들 몫이다. 이 총재가 ‘국민적 합의’를 거듭 강조한 가장 큰 이유다.



  • 유엄식
    유엄식 usyoo@mt.co.kr

    머니투데이 건설부동산부 유엄식입니다. 건설업계와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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