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6>

◇생명의 교실 - 어느 생물학자의 생명탐구 여행기=가와바타 구니후미 지음 / 염혜은 옮김 / 목수책방/2014년 9월

‘생태 전문’ 1인출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첫 책은 목수책방의 관심사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택된 책이 바로 '생명의 교실'이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이 내 주위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목에 ‘교실’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자연과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책들의 메시지는 알고 보면 참 명확하다.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올챙이, 춤파리, 꿀벌, 꽃발게, 병아리, 장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에 관한 이야기부터 환경오염이나 소외계층 문제, 교육 문제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에 탑승한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이며, 생명공동체의 생존은 결국 모두가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명’은 다소 무겁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주제지만 누구나 평생 붙들고 있어야 할 근본적인 화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해준다. 이 문제는 목수책방이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찰스와 엠마 : 다윈의 러브 스토리=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1월 /

다윈과 진화론에 관한 책이라면 탑을 쌓을 수 있을 정도로 많겠지만, '찰스와 엠마' 같은 책은 찾기 어렵다. 다윈의 학문적 업적을 쫓는 책이 아니라, 결혼과 육아, 일상생활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어떤 다윈 관련 책보다 쉽게 술술 넘어간다. 다윈의 이야기기가 바로 내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앞부분은 참 흥미진진하다. 결혼할 나이가 된 다윈이 종이 한쪽에 ‘결혼하기’ 또 다른 한쪽에 ‘결혼하지 않기’라고 써놓고 결혼해야 할 이유, 결혼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적어보고 있는 걸 상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어쨌거나 개보다는 낫겠지’라는 묘한(?) 결론을 내린 다윈은 평생의 동반자였던 엠마 웨지우드를 만난다. 이 책은 특별하고도 평범한 둘의 러브스토리와 결혼생활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창조론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다윈의 부인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이다. 다윈과 엠마가 어떻게 좁힐 수 없는 간극을 극복해가며 살아갔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그토록 서로 다르면서 그토록 복잡하게 서로에게 의존했던” 찰스와 엠마의 결혼생활. 부부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인간 다윈과 엠마의 이야기는 바로 인생 최대의 난제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