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윤리協, '전관예우보호회?'…국회 자료요구에 '거부'로 버텨

이홍훈 법조윤리협의회장이 지난 6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방지하고 법조윤리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가' 오히려 전관예우를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조윤리협의회는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법사위 국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 마약사건을 변론한 것으로 알려진 최교일 변호사의 수임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출범한 협의회는 애초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한 사법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전관예우'를 막고자 만들어졌는데 '최교일 변호사' 등 전관 수임내역에 대해 ‘기를 쓰고’ 비공개하려는 것은 설립취지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이에 대해 변호사법 제89조의 9에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만 규정 돼 있어 '국정감사'에 대해서 제출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법률 근거가 없어 '국감'에 대해선 자료제출을 안 해도 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사위 관계자들은 지난 6월 황교안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협의회가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 제출에 '소극적'인 점을 문제삼고 있다.

황 총리 인사청문 당시엔 변호사 시절 수임한 119건 중 19건에 대해 '자문 사건'이라 '수임 내역'에 해당 안 된다며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다. 당시 인청특위 의결로 '문서검증'을 요청했는데도 협의회는 변호사법 제89조의 8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근거로 ’공개불가‘방침을 세웠다가 결국 사흘만에 '열람'형태로 청문위원들에게만 공개했다. '비밀누설금지'를 핑계로 '자료 공개'여부를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3년 국회에 대한 협의회의 자료제출 의무를 변호사법 개정안에 신설했던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 수석부대표는 황 총리 인청논란 당시 "법조인의 이익단체로 전락한 협의회의 인적구성이 전면 개편되지 않는다면 '존폐'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복수의 법사위 관계자들은 "법조윤리협의회가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전관 변호사'지키기로 오해받을 모습을 보여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실 모 보좌관은 "위원 9명을 법무부·대법원·대한변협에서 각 3명씩 추천하는데 현재 교수 1명을 제외한 8명은 법조인"이라며 "전관예우방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위원회 구성부터 비법조인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9명의 법조윤리협의회 위원 중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몫으로 위원이 된 '정철승 변호사(법무법인 더 펌 대표)'는 '법조윤리'를 담당하는 협의회 위원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배우 송혜교의 탈세사건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인물로 송혜교 소속사인 UAA를 영화투자사인 UP(United Pictures)와 공동설립해 UAA 대표를 맡아 지난해 초 까지 운영했던 이력이 있다.

송혜교 탈세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 변호사는 소속사 직전 대표였음에도 본인의 UAA공동설립 및 대표 경력은 쏙 빼놓은 채 단순한 '법률대리인'입장인 것처럼 '사과문'을 발표하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 '변호사'자격 뒤에 숨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법조윤리 관련법령 위반자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 및 수사의뢰를 하는 협의회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사위 야당 의원실에서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법조윤리협의회의 국회 자료제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국감이후 개정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