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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충' '맘충'…벌레가 된 한국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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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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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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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韓, 남녀대립 극한으로 치닫는 이유는…극심한 취업난, 물질·외모지상주의

우산을 쓴 시민들이 만개한 국화꽃 앞을 지고 있다./ 사진=뉴스1
우산을 쓴 시민들이 만개한 국화꽃 앞을 지고 있다./ 사진=뉴스1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물스러운 벌레가 돼 있음을 깨달았다. 등딱지는 딱딱했고, 누운 자세에서 조금만 고개를 든다면 곤충처럼 올록볼록 솟아있는 자신의 갈색 배도 볼 수 있을 터였다. 몸집에 비해 처량할 정도로 얇은 다리는 제멋대로 움직였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첫 문단입니다. 말단 영업사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아침 침대에서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하게 됩니다. 이후 가족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 그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대목은 '눈 감았다 뜨면 누구나 벌레가 돼 있는' 요즘 한국 사회와 꼭 닮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맘충', '한남충' 등의 단어는 남녀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맘충'은 한국의 엄마들을, '한남충'은 한국 남자를 벌레로 취급하는 말입니다. '맘충'은 주로 남성이, '한남충'은 주로 여성이 사용하며 서로를 벌레로 여길 만큼 강한 혐오를 담고 있습니다.

이같은 남녀갈등은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민통합의식에 관한 연구'에서는 '남녀갈등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2000명 중 30.9%가 '심한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2년 전부터 한국 남녀 3명 중 1명은 남녀갈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국 남녀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된 원인은 뭘까요.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을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모두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가장 단순한 기준인 성(性)으로 편을 갈라 상대방을 헐뜯는다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내가 싫어하는 저 여자들, 저 남자들만 없어지면 취업도 잘되고 돈도 많이 벌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근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은 노동시장의 불균형, 부의 편중 등이다. 그럼에도 한국 남녀가 상대방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이 방법이 선거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회복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갈등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한국 사회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물질주의와 외모지상주의가 남녀대립을 극한으로 몰아갔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나는 못 생겼어", "나는 돈이 없어"라는 열등감이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라는 두려움을 낳고, 상대방을 향한 증오와 비난으로 표출된다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스스로 느끼는 좌절감이 애꿎은 상대방을 향한 분노로 드러나는 현상을 '치환'이라고 합니다.

윤 교수는 "'치환'은 상대방을 희생양 삼아 얼마간의 위안을 얻을 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요즘 한국 남녀는 물질주의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남충', '맘충'은 한철 유행하고 사라질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주고 받아야 할 남녀가 서로를 벌레 취급하고 있다는 건 웃어넘길 일은 아닙니다. 그 밑에는 취업, 경쟁, 성공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어 씁쓸합니다. 남에게 '벌레 충' 자를 붙이며 키득대는 모습은 척박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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