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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세종대왕이라는 천재가 후손들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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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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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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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완성형 한글워드' 처음 만든 박현철씨…"한글은 모든 발음이 가능한 세계 유일한 문자"

1982년 17세의 나이로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박현철씨(50). 그는 "한글은 모든 발음이 가능한 세계 유일한 언어"라며 "사람들이 우리 글을 더욱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1982년 17세의 나이로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박현철씨(50). 그는 "한글은 모든 발음이 가능한 세계 유일한 언어"라며 "사람들이 우리 글을 더욱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우리나라 사람들이 컴퓨터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아래아한글(한글과컴퓨터)과 MS워드(마이크로소프트)다. 이 두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어떤 컴퓨터 기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조합형’이다. 1989년 4월, 국내 최초의 조합형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이 등장하기 전엔, 제조사가 만들어 PC와 함께 배포한 한글 워드프로세서(완성형)를 이용해야 했다. 그렇다면 아래아한글이 등장하기 전 우리나라 최초의 완성형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무엇이었을까.

1982년 9월, 컴퓨터에서 한글을 쓸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완성형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이름도 없이 그냥 ‘버전 1.0’이라고 불렸다.

"한글은 정말 과학적인 문자예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못 만들어내는 발음이 없잖아요. 조금만 더 잘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수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세종대왕이라는 천재가 우리 후손들에게 ‘평생 먹고살 거리’를 선물한 거로 생각해요."

국내 최초의 완성형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박현철씨(50)는 “워드프로세서를 만들면서 한글과 사랑에 빠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한글 워드 개발하고 싶다"는 말에 회장님은 코웃음쳤지만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사무용 기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워드프로세서가 없는 컴퓨터는 그저 신기한, 비싼 기계에 불과했다. 외국 IT 잡지 등을 통해 ‘우리도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용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필요하다’는 꿈을 키웠지만, 학교에도 어디에도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IBM 같은 컴퓨터 회사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전부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학교 컴퓨터 구매 과정에서 선생님을 통해 우연히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용태 전 회장을 만나게 됐다.

컴퓨터에 대한 소년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이 전 회장은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고, 박씨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회장은 기가 차다는 듯 웃었어요. 그래도 회사에 와서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음은 초성 종성 여부에 따라, 모음의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야 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모눈종이에 하나하나 그렸기에 이 워드프로세서의 유일한 폰트는 ‘현철체(본인 이름)’였다. 이렇게 각각의 음운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아시아권에서만 사용되는 컴퓨터 이론을 도입해 겨우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한글에 대한 박씨의 애정은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찬찬히 뜯어보니 한글만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과학적인 언어가 없었다. 영어도 일본어도 발음 그대로 한글로 적는 것이 가능했고, 글자가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도 다른 언어에 비해 무궁무진했다.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박현철씨는 당시 모눈종이에 글씨를 하나하나 그려 컴퓨터에 입력했다고 했다. 그는 "그 워드프로세서의 유일한 폰트는 제 글씨였다"며 웃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박현철씨는 당시 모눈종이에 글씨를 하나하나 그려 컴퓨터에 입력했다고 했다. 그는 "그 워드프로세서의 유일한 폰트는 제 글씨였다"며 웃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 "한글은 표현 못 하는 발음 거의 없는 유일한 문자"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조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글자가 총 1만1172자거든요. 전 세계 언어 중에 표현하지 못하는 발음이 없는 거의 유일한 문자죠. 지금은 안 쓰고 있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 있었던 고어까지 포함한다면 아마 10만 자가 넘어갈 걸요. ‘여린 히읗’ 같은 고어까지 남아있었더라면 동물 소리까지 다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워요.”

박씨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글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세종대왕이 진정한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종대왕 해례본에 있는 글씨들을 지금 읽어보려고 하면 아무도 제대로 못 읽잖아요. 그런데 당시에는 그 발음들이 가능했다는 거죠. 가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서 당시 사람들이 읽고 쓰고 했던 방식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무엇보다도 한글은 우리의 혼이 담긴 언어라고 설명했다. “‘한’이라는 단어는 ‘1개’라는 의미와 동시에 ‘끝이 없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 민족의 단일성과 포용성을 품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인 거죠.”

그런 만큼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영어 공용화론을 비롯해 외국어 공부에 더 치중하는 지금의 한국의 단면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었다. 그는 “한글로 읽고 쓸 수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다른 언어만 중시하는 순간 우리는 속국이 돼 버린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현재 철도 관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 박씨의 사연과 그가 만든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6일 열린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일상의 빛이 된, 디지털 세상의 한글- 디지털 세상의 새 이름_코드명 D55C AE00’에 전시됐다. 전시는 2016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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