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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호랑이 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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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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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이코노믹스]<16>국민을 살리는 길은 견사(繭絲)보다는 보장(保障)

[편집자주]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송나라 때 사마광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에 나오는 유명한 대화 한 토막을 보자. [주기(周紀) 위열왕(威烈王)편]에 나오는 춘추시대 진(晉)의 조간자(趙簡子)와 윤탁(尹鐸)의 대화다. 윤탁을 진양(晉陽, 현재 중국 산서(山西)성 태원(太原)시 지역)의 수령으로 임명하면서 나눈 짤막한 질문과 답변이다.

“견사(繭絲)를 위주로 할까요, 아니면 보장(保障)을 위주로 할까요?”(윤탁)
“보장을 위주로 하라”(조간자).

한번 묻고 한번 대답한 이 대화는 진양 백성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견사’가 아니라 ‘보장’을 위주로 하라는 조간자의 답변에 따라 윤탁이 백성들이 잘 살게 선정(善政)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백성도 죽이고 나라도 망하는 견사보다 공존, 공영하는 보장

왜 그런 차이가 만들어졌을까. 견사(繭絲)는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이며 보장(保障)은 제방을 쌓아 보호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누에고치의 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뽑아야 끝나므로 ‘견사를 위주로 한다’는 것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듯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보장은 백성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중시한다.

세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금이 공평하고 적정하게 부과되면 국민들의 삶은 안정되고 국력도 강해진다. 반면 납세부담이 일반 국민들에게 집중되면 국민들의 삶은 파괴되고 나라도 결국 망한다. ‘넓고 얇고 고르게’라는 과세 원칙이 무너져 세금을 내지 않는 권력층이 많아지는 탓이다.

조선 후기에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민란이 자주 발생하고 결국 나라를 뺏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정은 토지세금인 전정(田政)과 국방의무인 군정(軍政), 빈민구휼이 목적인 환곡(還穀)이다.

다산 정약용은 '애절양'(哀絶陽)이란 시로 당시 군정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고발했다. 시아버지가 돌아간 뒤 3년 상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군적에 남아 군포를 납부해야 하고(백골징포, 白骨徵布), 이제 막 태어난 아들도 군적에 올라 있다(황구첨정, 黃口簽丁). 군포를 내지 못하자 농사지어야 소까지 끌어갔다. 남편은 음양조화에 따라 아들을 난 것이 화근(禍根)이라며, 스스로 양근(陽根)을 잘라버렸다. 오죽했으면 양근까지 잘랐을까. 아녀자의 애끊는 아픔이 전해온다.

◇남근을 자르는 哀絶陽과 호랑이보다 무서운 폭정

‘애절양’의 상황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예기(禮記)』[단궁(檀弓)하편])와 비슷하다. ‘가정맹어호’는 “혹독한 정치, 즉 먹고 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것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산골에 사는 아녀자가 ‘남편과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며 통곡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공자가 이를 보고 ‘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으로 이사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녀자는 ‘호랑이 나오는 산골이 세금이 많은 곳보다 살기 낫다’고 울면서 대답했다.

지난 7월에 『수사록(隨槎錄)』이라는 책이 번역 출판됐다. ‘열하일기와의 만남과 엇갈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추산(楸山) 노이점(盧以漸, 1720~1788)이 지은 것이다. 추산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썼을 때 함께 사신 일행으로 연경(燕京, 현재 베이징)에 다녀왔다. 귀국해서 일기 형식의 기행문으로 쓴 것이 바로 『수사록』이다.

똑같은 시기에, 비슷한 역할로 연경에 다녀와서 기행문을 썼지만 『열하일기』와 『수사록』은 많이 다르다. 『수사록』에 ‘열하일기와의 만남과 엇갈림’이란 부제가 붙은 것은 두 책의 차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보고서도 두 사람의 기록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기록했는지 안했는지의 차이는 물론 함께 겪은 일에 대한 기술 내용과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두 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책을 읽으면서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라는 『대학(大學)』 [정심장(正心章)편]의 글귀가 떠오른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본 것과 들은 것과 맛이 다르고, 두 책의 내용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잘 살게 하는 보장이 절실

목민관과 위정자들이 명심해야 할 게 바로 ‘심부재언 시이불견…’이란 글귀다. 그들에게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愛民, 애민)이 없으면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보이지 않고, 국민들의 원성(怨聲)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들이 먹고 입고 자는 게 어렵다고 아우성을 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뒷북치듯 내놓는 정책들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목민관과 위정자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인 경우가 적지 않다.

세금 거둬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견사’가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잘 살게 하려는 ‘보장’을 위주로 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실타래처럼 얽힌 난국을 풀어낼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5년 10월 7일 (15:5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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