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공개한 ELS 녹인 구간…내부정보 노출?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27일 ‘파생결합증권 발행현황과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2분기말 현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연계 ELS잔액이 36조3천억 원으로 많은 수준이지만 발표일 기준 동 지수는 9,427포인트로 주요 녹인(knock-in) 분포구간인 4,500~7,850포인트 대비 충분한 여유가 있고 최근 5년내 최저점(8,102포인트)도 녹인구간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여유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여기서 일부 공개된 우리나라 전체의 홍콩H지수 헤지 포지션에 대한 정보 (녹인구간)는 그 의도에 불구하고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홍콩금융시장은 글로벌 전문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머니게임의 전쟁터와 다름 없기에 아무리 안전한 구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내부정보를 일부나마 노출한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지수의 거래 규모를 감안할 때 인위적인 시세조종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수가 녹인구간 근처에서 매우 민감한 상태에 놓인다면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글로벌 거대 투기자금이 이를 이용할 여지는 충분히 잠재해 있다.

9월말 현재 홍콩H지수가 9,405포인트로 5월26일 연중 최고점(14,801포인트)을 기록한 후 37%나 하락한 상태여서 반등의 가능성이 있지만 감독원이 공개한 녹인구간의 상단인 7,850 포인트와의 차이가 1,550 포인트(16.5%)에 불과해 안심하기엔 이르다.

최근 3년간 홍콩H지수의 월별 변동성[-14.2% ~ +16.8%]을 보더라도 약간의 금융 쇼크만 있어도 1개월 내에 녹인에 돌입하기 쉬운 상태이므로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나라의 전체 발행량을 체크하여 녹인구간별 구체적인 포지션 규모까지 추정해 놓고 빈틈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국내의 개별주식 ELS상품에서 시세조종 유사사례를 수차례 겪었던 터라 이같은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생결합증권 발행현황과 대응방안’에 따라 9월부터 신규 ELS발행이 사실상 중단되었는 바, 이는 급락으로 낮아진 홍콩H지수 구간에서의 신규발행을 통한 자연스러운 분산헤지효과를 가로막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홍콩 금융당국이 삼성증권 등 증권사 3~4 곳에 홍콩H지수 선물옵션포지션을 축소하라고 통보한 데 이어, 바클레이즈 등 몇몇 홍콩선물중개업자(FCM)들이 국내 증권사들에게 해당 지수의 선물 위탁 매매를 거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단순 중개업자로서 직접적인 결제불이행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개조차 거부하는 것은 한국의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위험까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이런 분위기가 FCM전체로 확산되고 지수마저 하락하는 상황이 겹친다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감독당국이 파생결합증권의 리스크관리를 위한 관련 규정을 금년중에 마련한다고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감안할 때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감독기관의 조치를 기다리기에 앞서 증권사 스스로가 선제적인 위기대응전략을 강구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