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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기 쉬운 민법' 개정 주도한 서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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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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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에 밀접한 법, 서민이 쉽게 이해해야"…한자어·일본식 표현 덜어낸 민법 곧 시행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 © News1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 © News1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이 사건 가해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수인한도를 넘는 사생활침해를 입었다고…."

"피고 ○○○의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 피고 ΔΔΔ의 제조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들인 피고들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떳떳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의 폭이 어디까지인지 법원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법원은 적게는 수 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재판을 열어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들어본 뒤 판결을 내려 분쟁을 갈음해준다.

그런데 암호 같은 민사 판결문 속 문장에는 어려운 한자 용어들이 빼곡하다. 낯선 단어와 단어들을 잇는 것은 일본식 어법의 몫이다. 원고와 피고, 한 쪽은 웃고, 한 쪽은 운다. 다만 법률 전문가 도움 없이 판결문만 받아 보고서 이기고 진 이유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같은 처지인 셈이다.

민사 판결문을 '해독'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되는 민법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투성이여서다.

민법학계의 원로인 서민 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고민도 같았다. 서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민법은 일반 서민들 삶에 밀접한 법인데 서민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바꿀 필요가 있어 개정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알기 쉽게, 국민이 더 알기 쉽게' 민법을 고쳐야 한다는 계획이었다.

평생 법학도로 살면서 개인적인 아쉬움도 쌓였다. "우리 민법을 공부하면서 일본 자료를 참고했다. 일본 법전을 보고 있으면 우리 법전에서 우리말에서는 안 쓰는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교수의 계획은 그가 법무부의 제안을 받아 지난해 7월 '민법 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모양을 갖췄다. 민법학계 인사들과 판·검사, 변호사 등 전문가 11명이 모여 올해 6월까지 연구해 개정안을 완성했다. 앞서 법무부와 법제처가 함께 1년 가까이 협업해 만든 초안이 토대가 됐다.

서 교수는 "국민, 법률 전문가, 국어학자 모두가 만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성의를 다해서 연구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 교수와 개정위원들은 때로 조문 하나를 놓고 몇 시간씩 토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민법 제1조부터 1118조까지 전체 조문 가운데 1056개를 바로잡았다. 주요 용어 133개, 문장 64개가 순화됐다.

대표적인 일본식 법률 용어인 '궁박(窮迫)', '제각(除却), '기타(基他)', '요(要)하지 아니하다' 등은 각각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제거', '그 밖의(에)', '필요하지 않다' 등 쉬운 표현으로 풀었다. 땅 넓이를 뜻하는 일본식 단위 '정보(町步)'는 '제곱미터'로 바꾸었다.

어려운 한자 용어도 최대한 쉬운 단어로 대체했다. '최고(催告)', '구거(溝渠)', '언(堰)', '대안(對岸)', '후폐(朽廢)한', 포태(胞胎) 등 일상에서 쓰지 않는 한자어는 '촉구', '도랑', '둑', '건너편 기슭', '낡아서 쓸모없게 된', '임신'으로 바꿨다.

여기에 민법 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다만 한글 표기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다른 단어와 뜻을 혼동할 우려가 있는 단어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같이 적기로 했다.

이처럼 제정 57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 본 민법 개정안은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서 교수는 개정 작업이 미완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수정할 필요가 있는 용어인데도 법조계, 학계에서 너무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참칭(僭稱) 상속인', '하자(瑕疵)' 같은 한자어들이다.

수십년간 한자어와 일본식 법률 용어가 굳어지다 보니 이를 대체할 만한 우리말 법률 용어는 많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게 서 교수의 지적이다. 서 교수는 "어려운 단어를 우리말로 바꿔야 하는데 적절한 우리말 표현이 없어서 일단 놔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다"고 개정 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서 교수는 "이번 민법 개정으로 기존 용어를 사용하던 법률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편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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