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대안 '셰어하우스'를 막는 규제와 벽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스무 살, 대학교 통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 후 현재까지 13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2002년 입학 시절 당시 한남동의 2인실 하숙비는 월 40만원 이었다. 학생이었던 나에겐 부담되는 가격이었지만 보증금과 공과금이 따로 없고 아침과 저녁식사가 제공된다고 해서 하숙을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 생활이 시작되니 정시에 나오는 식사는 거르기가 일쑤였고, 나중엔 하숙집 주인이 밤 10시 이후 온수도 끊어버려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그래서 한 학기만에 주인아저씨와 갈등이 생겨 하숙집을 나온 기억이 있다.

그 후 고시원·원룸·투룸을 옮겨 다녔지만 대부분 주방 공간이 열악해 밥은 거의 밖에서 해결해야 했다. 집에서 잠만 자는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내가 사는 서울의 집은 예전에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 아닌 '수면실'이 돼버렸다.

서울 거주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비싼 비용에 비해 질 낮은 주거시설 문제로 볼 수 있다. 서울 대학가 원룸의 경우 평균적으로 보증금은 1418만 원, 월세는 48만 원 정도다. 주거비는 비싼데 생활공간이 좁고 안전에 취약해 범죄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비단 이뿐만이랴. 서울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3%밖에 되지 않는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이유로 만들어진 민자 기숙사는 1인실의 평균 주거비용이 52만 원이다. 학생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결국 학생들은 다시 값 싼 허름한 원룸이나 고시원을 찾는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작년 초, 셰어하우스를 접하게 됐다. 셰어하우스란 한 집에 여러 사람이 함께 살면서 거실이나 주방, 욕실은 공용공간으로 공유하고, 방은 개인 공간인 새로운 주거방식이다. 셰어하우스는 자취방, 고시원 같은 주거시설보다는 수준이 높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주거비용보단 낮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셰어하우스는 원룸이나 투룸의 '방'이 아닌 진짜 '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는 이대역 바로 앞에 위치한 3층 주택으로, 총 7명의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이 셰어하우스는 내가 13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던 집들 중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집이다.

1,2층엔 2개의 거실과 1개의 주방, 3개의 욕실이 있고, 3층에는 드레스 룸이 따로 있다. 야외 테라스와 옥상, 마당이 있는 이 집은 내가 그동안 서울에서 살아보지 못한 집이었다. 이런 시설의 셰어하우스를 월 30만원 대 비용이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보증금은 2달치 월세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에 살기 좋은 시설의 셰어하우스는 요즘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셰어하우스 공간을 늘리고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법과 규제들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셰어하우스 운영 사업은 부동산업에 속해있어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상의 지원 업종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부의 오랜 고충이었던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지원이 없어 확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주택 임대 보증금이 매우 높은 편이다. 높은 보증금은 셰어하우스를 확장하는 데에 넘어야 할 벽이다. 현재 지자체와 만나 문제점과 확장 어려움을 논의하며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 사업자들을 만나 관련 규제 및 제도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펀드 조성 및 운용, 공유지의 민간 장기 임대 등의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공유주택의 흐름이 더욱 활발해져 하나의 새로운 주거양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청년주거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