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 부족해서 신규 고용 창출 못하나?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한 방안이 여러 가지로 제안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상위10% 임직원의 임금인상이 동결되는 경우 9만1545명(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11만2729명), 임금인상이 1%로 낮아지면 8만5382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임금동결 이나 임금절감에 대한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마련된 임금재원으로 신규 노동력을 모두 충원해야 한다는 어려운 전제조건이 있다. 마치 경제학의 논리적인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가정이 충족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주장이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지출이 늘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안정적인 소득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논리와 물가수준에 비례해서 정해지는 임금을 동결하라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 기관이 2014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금소득 하위 90%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46.6%에서 2010년 38.8%로 7.8% 포인트 하락한 반면 임금소득 상위 10% 집단의 비중은 16.0%에서 2010년 20.1%로 4.1% 포인트 증가하여 임금소득의 계층간 불균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소득의 비중은 20.2%에서 32.5%로 12.3% 포인트 증가해 실질적으로는 임금근로자 내부의 격차 확대보다 노동-자본간 소득의 불균형이 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자본소득 비중이 증가해도 고용창출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으며, 단지 임금이 동결되어 재원이 마련된다고 해도 신규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결과이지 재원마련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위소득자의 임금을 동결해서 그 재원으로 신규고용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결국 전 계층의 임금을 억제할 가능성만 열어둘 뿐이다.


또한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 2071시간으로 OECD 평균(1671시간)을 400 시간이나 초과하는 최장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면 고용은 최대 11.2~19.3만명 늘어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일자리 상당수는 시간제 근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간제 근로자는 2003년 8월 약 92만 명에서 2014년 8월 약 203만 명으로 10여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이유는 일·가정 양립 등을 목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택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저성장하에서 고용창출과 일자리 나누기는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고용이 창출되고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하고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수요측면을 늘려야지 공급측면에서 나눠먹기식은 결국 하향평준화만 가져올 뿐이다. 고용을 늘리자는 정책이 임금나누기에 집중하는 것은 파이를 키울 생각은 못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가려고 하는 얄팍한 생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