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메리츠코리아 펀드' 당당한 이유

올들어 1조2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며 국내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중소형 성장주 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일각에서는 대형주 장세로의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5~10년이상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성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의 1개월 수익률은 -2.60%, 3개월 수익률은 -13.63%로 일반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연초이후 수익률은 21.03%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중소형 성장주 투자비중이 높은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최근 시장의 성격이 대형주 장세로 바뀌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8월초 기준으로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대형주 비중은 49.24%, 중소형주 비중은 50.76%를 차지한다. 다만 중소형주 비중은 지난 4월 62.38%로 가장 많이 담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종목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1.6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51배로 각각 시장평균 22.94배와 1.54배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높다.

이에 대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타 펀드에 비해 PER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종목이 그런 것이 아니라 바이오주 1~2종목의 PER이 1000배 정도되면서 PER 평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주를 비롯한 투자한 종목들 모두 단순히 가격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1990년대 초 SK텔레콤 주식을 3~5만원에 매수해 2000년에 440만원에 팔았다. 삼성전자 주식은 2만원에 사서 140만원에 매도했다. 그는 "당시에도 SK텔레콤의 주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싸다고 했다"며 "SK텔레콤이 440만원으로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단기 변동성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또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대형주 장세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응을 하는 순간 결국 도박이 된다"며 현재의 투자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리 대표는 △기업에 대해 잘못 분석했다고 판단한 때 △기업의 펀더멘털 외에 다른 이유로 주가가 폭등한 때 △투자할만한 더 좋은 종목을 발굴했을 때에만 주식을 매도하고 이 외에는 5~10년간 주식을 보유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 들어 설정액이 1조6198억원까지 늘어난 메리츠코리아 펀드에서 갑작스럽게 환매가 늘어날 경우 원치 않는 종목을 팔게되면서 펀드 수익률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리 대표는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 한 바겐세일의 기회가 된다"며 "단기에 10~20% 수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5~20년동안 투자해 노후에 10배, 100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게 이 펀드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