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5포 세대'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착한 것이 작다고 이를 행하지 않는 것은 안된다(莫以善小而不爲, 막이선소이불위).”


유비가 오(吳)의 젊은 장군 육손에게 패해 백제성으로 쫓겨난 뒤 죽음을 앞두고 그의 아들 유선에게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말이다. 그는 제갈량에게 “아들이 황제될 자질이 있으면 황제로 모시되 그렇지 못하면 당신이 황제가 되어 촉(蜀)의 사직을 지켜 달라”는 고차원적 말로 공명에게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 죽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는 다짐을 얻어낸 독심술의 대가였다.

유비는 아주 힘들게 뒷말을 이었다. “나쁜 일은 아무리 적다고 해도 해서는 안된다(莫以惡小而爲之, 막이악소이위지)”라고….

◇역사의 명언이 된 유비의 유언

『삼국지』에서 유명한 구절 중 하나인 이 말은(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 모두 나온다) 원래 『주역』 계사하전 5장에 나온다. 공자는 여기서 『주역』의 23번째인 서합(噬嗑) 괘(卦)의 상구효(上九爻, 밑에서부터 여섯 번째 맨 위의 陽爻)의 효사(爻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였다.


“착한 일이 쌓이지 않으면 이름을 드날리는 데 부족하다. 반면 나쁜 일은 쌓이지 않아도 몸을 망치는 데 부족하지 않다. 소인은 조그만 착한 일은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조그만 나쁜 짓은 몸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며 없애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이 쌓이면 감출 수가 없고 죄가 커지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말은 이 세상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자그맣게 시작되지만 그게 쌓이면 어찌할 수 없이 커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자가 『주역』 곤괘(坤卦) 문언전에서 “신하가 왕을 시해하고 자식이 부모를 시해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이곳에 나오는 “착한 일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고(積善之家 必有餘慶) 좋지 않은 일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다(積不善之家 必有餘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많이’ 겪는 반면 나쁜 짓을 저지르는 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죄가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악관만영(惡貫滿盈)’이라는 말과 “좋은 일에는 좋은 보답이 있고 나쁜 일에는 나쁜 보답이 뒤따른다”는 ‘선유선보 악유악보(善有善報 惡有惡報)라는 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응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때가 되지 않았을 뿐(不是不報 時候未到)”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응징이 너무 늦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오죽하면 『사기』를 쓴 사마천마저 “좋은 일을 하면 복이 오고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말이 사실이냐?(福善禍淫 是眞得嗎)”며 반문할 정도다.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마라

아무리 노력하고 좋은 일을 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하고 하늘을 원망한다(원천, 怨天). 또 사회와 다른 사람을 탓한다(우인, 尤人). 대학을 졸업한 뒤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일자리가 없으니 결혼하고 애 낳고 집 사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생각할 수 없다)인 ‘5포’가 늘어나면서 원천우인(怨天尤人)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고 해도 그냥 포기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上不怨天)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下不尤人)”(『중용』14장), “자기만의 실력을 쌓아 때가 오면 기회를 확 잡는 것(藏器於身 待時而動)”(『주역』 계사하전)이 중요하다.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機不可失 時不再來)”이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忍字三則免殺人)”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곳에서, 그 누구와, 어떤 일을 하든 세 번 참을 수 있으면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중국에는 ‘장공백인(張公百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당(唐) 고종 때 산둥반도 태산 인근에 5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족장인 장공예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고종이 그를 찾아 ‘어떻게 5대가 함께 살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게 지낼 수 있느냐?’고 묻자 그 노인은 붓을 달라고 해서 종이에 忍을 100자나 썼다는 것이다. 피를 함께 나눈 가족 안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족장마저 100번이나 참아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회에서야….

◇3년 묶은 쑥, 지금 베어 말리면 얻을 수 있다

당장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혼을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장기어신(藏器於身) 대시이동(待時而動)’과 ‘장공백인(張公百忍)’을 얘기한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 탓만 해서는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은 나에게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다.

옛날에 고질병이 든 사람이 의사를 찾아가자 3년 묶은 쑥을 달여 먹어야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날부터 생업을 때려치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3년 묶은 쑥을 찾아 다녔다. 불행하게도 그는 3년 묶은 쑥을 구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만약 그가 그 말을 들은 뒤 쑥을 베어 말리면서 3년 묶은 쑥을 찾아다녔다면, 3년 이후에는 다른 데서 찾지 못했더라도 자기 집에서는 반드시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사 처방이 맞았다면 그 쑥을 다려먹고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금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 ‘상불원천 하불우인(上不怨天 下不尤人)’의 자세는 언제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