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매각, 가격보다 중요한 3가지 사항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21일 예정된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대우증권 (7,330원 ▼80 -1.08%)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매각 가격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산업은행이 인수한 이래 15년 이상을 끌어온 사안이고 최근 금융 산업의 격변기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은 이번 기회를 놓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희망자들도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신경 쓰기 보다는 모처럼 만에 맞은 도약의 기회로 삼고 인수전 승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이 증권 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대형 증권사 인수에 수년을 공들인 KB금융이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적인 매각 물건이라면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금융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업 전체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비가격적인 변수에 큰 비중을 둘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 증권업의 대표주자인 대우증권 (7,330원 ▼80 -1.08%)의 인수주체가 동종 업권 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업권(KB금융지주)과 증권업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경쟁하고 있어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금융산업의 지형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산업은행 이사회는 통상적인 투자 회사 매각을 위한 정형적이고 형식적인 선정 기준과는 차원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 산업의 발전 방향을 좌우한다는 책임감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해 본다.


우선, 뉴노멀 경제체제의 적합 여부이다. 저성장, 저소득, 저물가, 저금리로 대변되는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자리 잡은 지는 오래다. 이러한 체제 변화에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응할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고민하지 않고 인수 주체를 결정하기에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구조 변화가 크고 시급해 보인다.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조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진, 임직원의 창의력과 진취적 성향, 충분한 자본력과 선진 인사시스템, 인적물적 글로벌 네트워크 등은 뉴노멀 시대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핀테크 혁명기의 생존능력이다. 모든 산업이 ICT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과정에서 산업 지원자로서 금융기관의 역할은 끝나고, 이제는 산업 재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핀테크 산업은 금융 소비자의 편의와 속도, 보안 등에 대한 욕구 충족를 무기로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보수적 특성상 자체적인 개혁 동력은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을 이해하고 유관 업체의 설립이나 투자, 인수합병할 수 있는 자본력 등 변화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인프라 구축수준, 조직 및 인력의 전문성, 투자 능력 내지 자본력은 핀테크 금융체제하의 생존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 및 독립성은 금융기관의 마지막 보루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은 금융 위기 발생 주기를 단축 시키고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어 리스크관리체제는 조직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오너 체제이든 전문경영인 체제이든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공사(公私)의 이해관계가 배치되는 일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금융환경의 변화 속도와 전문성, 복잡성은 기존의 외부 감독체제만으로는 금융기관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한다. 당연히 내부 리스크 관리체제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사실 위의 세가지 관점(뉴노멀 경제, 핀테크 산업, 리스크 관리)은 매도자 보다는 매수자 입장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통찰력이 없는 단순한 인수합병은 금융 산업의 발전은 고사하고 주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소수 주주들만 희생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금융그룹 내 포트폴리오 다양화 내지 균형화 전략(KB금융)으로 접근하거나, 대형화를 통한 대마불사식의 단기적 생존 전략(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으로 접근해서는 패러다임 격변기의 생존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여전히 우간다보다 못하도록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