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떨어지는 HK저축銀 새주인 찾기 내년으로

HK저축은행이 올해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적정 가격을 둘러싼 시각차가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치권의 상한금리 추가 인하에다 미국이 10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는 등 시간을 끌수록 저축은행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인수하는 측에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HK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는 금융당국에 주식취득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말 마지막 금융위 정례회의 안건에도 HK저축은행 매각건은 올라가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수 의지만 확실하다면 당국에 먼저 주식을 사겠다는 주식취득승인 신청 절차가 있는데 아직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정례회의가 30일에 열릴 예정인데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안건에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JC플라워는 반년 동안 HK저축은행을 지켜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JC플라워가 시간을 끌수록 HK저축은행 인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근거로는 우선 전방위로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저축은행 시장을 든다. 특히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계획보다 상한금리는 2% 포인트 더 내린 27.9%에 여야가 잠정 합의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대출 상한금리는 현재 34.9%보다 7%포인트나 더 내려간다. 자금 조달 비용은 오르는데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JC플라워는 가격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장에 선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인상은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상한금리 인하와 기준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면 수익률에 분명 치명적인 요인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 등 다른 비용을 절감해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HK저축은행의 주인인 MBK파트너스는 2500억원 수준에서 매각을 원한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2006년 HK저축은행 인수 이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7년 연속 흑자를 내는 우량저축은행인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JC플라워 측은 저축은행 업계에 불어닥친 각종 부정적 요인들이 늘어난 만큼 HK저축은행의 가치가 2500억원은 너무 비싸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JC플라워는 두산캐피탈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인수를 끝마쳤다"면서 "하지만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선정 6개월이 지나도록 HK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