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통 다음은 화장품… 'K-뷰티' 승부수

신세계인터내셔날 (17,830원 ▲290 +1.65%)이 세계 1위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기업 인터코스와 손잡고 화장품 제조업에 진출한다. 인터코스는 'K-뷰티' 성장에 주목해 아시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룹 내 화장품 사업 역량 강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설립으로 화장품 제조업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식품·패션에 '뷰티'까지…신세계 '토탈 포트폴리오' 구축=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3일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인터코스는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디올 등 세계 300여개 화장품 브랜드들과 거래하고 있는 글로벌 1위 화장품 OEM·ODM 기업이다. 합작 법인 지분율은 50대50이며 대표는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장 김왕배 씨가 맡는다.

합작사 설립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제조부터 유통까지 뷰티 사업을 위한 완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을 전개했지만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화장품 편집샵 '라 페르바'를, 올 초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의욕을 내비쳐왔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갖추지 못했던 화장품 제조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2020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한국과 아시아 고객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인터코스와 손잡았다"며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으로 아시아 뷰티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사업과 패션, 식음료 사업에 뷰티 부문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셈이 된다. 유통과 패션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K-뷰티'가 신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계산이다. 화장품 시장 규모는 올해 12조 60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20%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이 세계 최대규모의 중국시장에서 일본을 제쳐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 인사에서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사장이 면세점, 백화점에 이어 패션뷰티 경영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한국콜마, 코스맥스 '양강' 흔들리나…'K-뷰티' 기업도 '주시'= 화장품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콜마 (49,250원 ▼1,250 -2.48%)와 코스맥스 (9,290원 ▼300 -3.13%) '양강' 체제였던 ODM·OEM 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공략하던 중국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지게 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국내 주요 브랜드 화장품을 대부분 제조, 납품하고 있었던 만큼 '파이 싸움'이 불가피해 졌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 색조와 스킨케어를 아우르는 생산공장과 R&D(연구·개발) 혁신센터를 만들고 빠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화장품 제조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 론칭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대형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신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해나갈지 지켜 봐야 하지만 당장 화장품 브랜드 차원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R&D역량, 혁신적 상품 제공 여부에 따라 ODM사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