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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화장실" 추위 피해 몰려든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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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기자
  • 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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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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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상습 투숙객' "공중화장실 이용 불편' 목소리도…사회복지단체 "지원센터 찾아와 도움 요청하길"

겨울철 노숙인들이 잠을 자다 발견되는 영등포로터리지하쇼핑센터 2·3·4번 출구 앞 화장실. / 사진=도민선 기자
겨울철 노숙인들이 잠을 자다 발견되는 영등포로터리지하쇼핑센터 2·3·4번 출구 앞 화장실. / 사진=도민선 기자
영하의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20일 새벽 4시30분쯤. 영등포역 지하 1층 남자화장실에서 노숙인들의 간담회가 펼쳐졌다. 노숙인 A씨(64) 등 3명이 자판기 커피를 든 채로 반가운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히터 덕분에 화장실 내부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화 나누던 노숙인 한 명이 화장실 콘센트에 휴대폰 충전기를 연결했다. 구형 선불폰을 사용한다는 그는 한달 통신비로 1만여원을 쓴다고 전했다.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데, 고용센터를 통해 일자리 소개를 받으려면 휴대폰이 필수라고 했다. 추운 겨울, 노숙인들에게 화장실은 몸을 녹이면서 지인들과 사담을 나누고 무료로 휴대폰도 충전하는 카페와 같았다.

일부 공중화장실은 노숙인들에게 여관이기도 했다. 영등포로터리지하쇼핑센터 2·3·4번 출구 앞 화장실은 해당 출구가 24시간 개방돼 있어 노숙인들이 새벽에 수시로 드나들었다. 일부 노숙인들은 화장실에서 몰래 잠을 자다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전 2시30분, 오전 5시30분 남자 화장실에서 잠자던 노숙인들이 뒤늦게 발견돼 쫓겨나기도 했다.

일명 '상습 투숙객'도 있다. 경비원 김모씨(62)는 "화장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대변기 위에서 노숙인이 앉아서 자고 있었다"며 "나가달라고 5~6차례 얘기해야 겨우 나간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차례 화장실에서 자다가 발견된 노숙인인데,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며 "마른 체형에 항상 소주병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노숙인들의 돌발행동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는 보행용 파이프가 도난되거나 종량제 봉투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손 건조기 동작감지센서 부분에 휴지를 껴놓고 따뜻한 바람이 계속 나오게 한 뒤 원상복귀를 하지 않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모 여의도공원관리사무소 주임(56)은 "관리사무소가 질서 단속을 위해 사법경찰권을 부여받고 활동을 하고 있지만 무작정 싸울 수도 없고 노숙인 통제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청소를 위해 나가 달라고 하면 공무원증을 제시하라고 하거나 휴대폰으로 얼굴을 찍은 뒤 민원 넣는다 협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복지시설 등의 통제를 피해 야외 생활을 하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장실을 드나들게 된다고 전했다. 노숙인 김모씨(51)는 "이곳 노숙인들이 영등포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 '세상'으로 나가는 일은 한달에 1~2차례에 그친다"며 "영등포역 일대는 노숙인들의 '역전공화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밥도 주고, 옷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시설에 가야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역사나 지하상가 등 실내로 들어오는 노숙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노숙인들의 화장실 생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영등포역 인근 자활복지센터 사회복지사 A씨는 "일부 노숙인들이 서비스를 통제로 느끼며 시설로 오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쪽방 등 개인적 공간을 마련해줘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운 겨울, 면역력이 약화된 노숙인들이 추운 날씨 과음 후 혼자 화장실에서 잠이 들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지원센터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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