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위안부 외교장관 회담 앞두고 '물타기' 시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11월 1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일본 언론의 여론조성용이라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26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거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를 일본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와 만일 우리측 정부 관계자의 말이 사실일 경우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본 측의 위안부 문제의 근본을 흐리는 '물타기 시도'로 보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 대표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성 있는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논점을 흐리는 망언"이라며 "국내 언론과 여론도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에 신경을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이어 "당연히 이전과 관련한 정부측 설득은 없었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며 "시민들이 1000차 수요시위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것인데 정부든, 일본 측이든 옮길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실 위안부 소녀상은 정부 측이 세운 것도 아니고 정대협 측에서 일방적으로 세운 것도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세워진 것으로 어떤 주체가 나서서 이전을 거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일 협상에서 소녀상 이전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27일 국장급 협의와 28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이 여론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다수의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소녀상 관련 일본 언론의 보도가 최근 한일 현안에서 자극적이고 '여론몰기'용 왜곡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차원에서 나온 보도일 뿐 소녀상 이전 검토는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정부는 이전에도 불쾌감을 표시한 적 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11월 11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왜곡된 내용으로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는 일본 언론을 향해 '외교의 정도를 벗어난 행동'이라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회자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한일 간 위안부 협의가 합의를 이룰 경우 미국의 긍정적 평가를 얻어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음을 각인시키는 방법, 관련 기금 조성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부를 동참시켜 추후 문제제기를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당국은 여전히 법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점과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