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입건' 정명훈 감독 재계약 체결되나…28일 이사회 상정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재계약 체결안이 28일 서울시향 이사회에 상정된다. 지난해 말 1년간 연장했던 계약기간이 이달 말 종료됨에 따라 정식 재계약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다.

이사회 안건에 정 감독과의 재계약 체결안이 상정됨에 따라 재계약 세부사항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높지만 이사회에서 재계약 세부안이 통과되고 정 감독이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정 감독의 부인인 구모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직원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게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알려지면서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서울시향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는 28일 오전 7시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정명훈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이 내년 주요사업 및 예산과 함께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에서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을 예술감독 계약연장(안)으로 변경해 재계약 대신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하고 불합리하거나 미흡한 계약내용은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계약 체결(안)에는 부당 지급 논란이 있었던 항공료와 호텔비 지원범위, 협찬과정에서의 이해상충 우려가 지적된 비영리재단 미라클오브뮤직 이사장직 겸임, 서울시향 이외의 다른 공연에 대한 허용 기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이 지난 8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무보수 지휘'가 현실화될지도 관심이다. 정 감독은 당시 "(서울시향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며 "서울시향과 청중들이 원한다면 이미 약속한 공연은 계속 지휘하겠지만 지휘료는 서울시향 발전과 유니세프 지원 같은 인도적 사업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감독의 기존 급여는 기본연봉 2억7000만원에 지휘료가 회당 약 500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재계약 세부조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번 서울시는 정 감독을 상대로 재계약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왔다. 정 감독이 과거 재계약조건으로 거론했던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은 우여곡절 끝에 내년 관련 용역 예산 7억원이 확보됐다.

최홍식 서울시향 신임 대표는 "이사회 안건으로 정 감독을 추천하는 안이 상정될 예정이나 재계약 체결(안)이 확정된게 아니라 세부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오늘 중 추가 조율을 거쳐 28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서울시향 정관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서 이사장이 제청하고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이사회에서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으면 정 감독은 내년 1월 예정된 서울시향 공연에 객원지휘자로서 지휘봉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지난해 12월 서울시향 박 전 대표의 직원들에 대한 '막말 파동' 이후 박 전 대표는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 감독의 연봉과 처우 등이 논란이 되자 한 시민단체가 항공권 부정사용을 통한 업무비 횡령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정 감독을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정 감독의 아내인 구모씨가 박 전 대표의 서울시향 직원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이 알려져 1년 이상 끌어온 서울시향 사태의 전모가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