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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장관후보자 전화 한통에 '낙마'…무서운 평판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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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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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사용 꿀팁(5)]부적격 인사 낙마…인사청문회 검증 보다 국민평가에서 시작

[편집자주] ‘나’로 시작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의 억울함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다른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맨날 싸우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는 국회가 어떤 일을 하고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현직 배테랑 보좌관이 국회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윤재관 보좌관은 17년전 국회의원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박병석 의원 비서관, 김영주 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 장병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윤재관 보좌관
윤재관 보좌관
전통적으로 국회는 법안·예산 심사 및 통과, 국정감사로 대표되는 대정부견제가 주요 업무였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바로 인사청문회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 오,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정치제도로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 6월, 16대 국회에서 제정됐다. 처음에는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 및 대법관·헌법재판소장이 대상이었지만 인사청문회 대상은 계속 확대돼 왔다.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자들을 걸러내는 것은 국회의원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 이전까지는 장관들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 뿐, 공직자의 도덕성과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던 셈이다. 국무총리도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동의를 요청하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가부를 결정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의회의 청문절차를 통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망라해 6000개가 넘는다. 대통령이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부터 행정부 내 모든 관련기관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한다. 백악관 내 인사국의 기본 조사는 물론 FBI의 신원조회와 IRS(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 검토는 필수 조건이다. 이 기관들은 후보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개인 및 가족의 배경은 물론 직업, 교육, 세금 납부 기록, 금융거래, 전과, 소송,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기록까지 샅샅이 뒤진다. 매뉴얼화 된 기본 검증항목만 230여 개의 달할 정도다.

인사청문회 기간의 경우 우리는 20일로 한정하는데 비해 미국은 통상 60일에서 90일에 걸쳐 실시한다. 인사청문회 질문내용 역시 우리는 도덕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미국은 정책 수행 능력에 무게를 둔다. 도덕성 검증은 지명 단계에서 어느 정도 끝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사청문회에 앞선 사전검증 단계에서 거짓진술을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는 인사청문회에 있어서 미국 FBI가 하는 일까지 국회의원실에서 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기본적인 자료요구다. 병역, 납세 등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를 다 했는지, 그리고 전과기록은 없는지 등 몇 가지 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그와 병행해 더 의미있게 진행하는 것은 ‘평판조사’다. 그 사람의 평판에 따라 자료를 해석하는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 어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그 후보자가 몸담은 조직과 관련된 인물들을 접촉해 평판을 물어봤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인가요?”
단순해 보이는 이런 대화에서 많은 정보가 나온다.
“사람 좋아요. 그분은 법 없어도 살 분이에요.”
“후배들도 잘 챙기고,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이런 평판이 들리는 사람의 경우, 우리 마음도 조금 무뎌진다. 하지만 항상 그런 평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후보자의 경우, 들려오는 말들이 수상쩍었다.
“공짜 되게 좋아해요. 잘 받는 것 같던데.”
“기자 치고 굉장히 럭셔리하게 살아요.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있어요. 실제로 업자들하고 너무 많이 어울려 다녀서 뒷말이 많죠.”

그런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는 행정부에서 건네받은 자료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면을 더 세심하게 파고들어가게 된다. 이 사람의 경우 나는 부인의 직업을 눈여겨봤다. 왜냐하면 스폰서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받기도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친인척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인은 후보자와 같은 언론사에 다니다 결혼 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런데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납부 내역을 보니,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것도 과거의 경력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자리였다. 수상했다. 만약 별다른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 다시 취직했나보다’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던데요’라는 말이 신경쓰였다.

취직했다는 회사는 건축회사였다. 아나운서 출신에 전업주부로 지내던 사람이 한동안 경력이 단절되었다 취직한 자리가 건설회사의 감사였다. 터무니없었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출근도 안 하고 월급만 받고 있었다. 스폰서였던 것이다. 실제로 일도 안 하면서 ‘취직’을 한 부인 이름 아래 돈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제의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후보자의 연말정산 자료를 살펴보니 납득이 가지 않는 숫자들이 보였다. 수입과 지출의 규모가 거의 동일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부동산 등 보유한 자산가치의 변동만큼만 재산이 늘고 줄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부동산 가치도 크게 변화도 없는데 재산은 늘어 있었다. 그것도 수억씩. 도대체 이 사람의 화수분은 무엇이란 말인가? 뒷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런 내용들을 청문회에서 지적했지만 후보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버텼다.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은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후보자의 각종 과태료 납부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 웬만해서는 그냥 훑어보고 ‘이 사람 무슨 주정차위반을 왜 이렇게 많이 했어’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자료였다. 하지만 이 ‘수상한’ 사람의 흔적들은 모조리 샅샅이 캐보기로 했다. 주정차위반 자료가 나왔다. 그런데 위반한 자동차 번호가 ‘허’로 시작되고 있었다. 렌터카였다. 자기 소유 차량이 아닌 것이다. 알아보니 후보자 개인 소유의 차량은 없었고 부인 소유의 차만 있었다. 그럼 이 사람이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고? 그럴 리가. 의심스러웠다. 조사해보니 그가 이용하던 ‘허’ 번호판의 렌터카는 렌트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 사람이 차량의 이용비용은 계속 지불하고 있었고, 후보자는 사용만 하고 있었다. 명백한 스폰서였다. 청문회장에서 이 문제를 질문했을 때 그는 결국 시인했다.

“잠깐 빌린 것인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점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는 낙마했다.

낙마한 후보자들은 많은 경우 평판에서 벌써 판가름난다. 지도자의 자질도 있고 소신도 있고 따르는 후배들이 무척 많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있다면, 대체로 뒤져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자기 한 몸만 챙기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헌신할 줄 알고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평판관리는 잘 돼 있었지만 조사를 하다보니 평판과 정반대의 면을 보여준 후보자들도 있었다. 존경받는 전문가였지만 자신과 자녀들까지 병역비리를 저지른 사람도 있었다.

연이은 공직자 후보자들의 낙마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격있는 인재를 선정하고 철저하게 검증하는 작업은 국가의 정의를 바로잡는 일이다. 분명히 내가 곁에서 겪어봤을 때, 윤리의식이 형편없던 인물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장관에 오른다면? 기본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국가 고위공직자로 뽑힌다면?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해 자격이 없다고 정확하게 밝히고 알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사청문회가 국회의 가장 큰 업무 가운데 하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적격 인사의 낙마, 역시 그 시작은 가까이서 지켜봤던 국민의 평가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형편없는 사람이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을 보며 정의가 무너진 것을 한탄만 하지 말자. 단초라도 되는 사건이 있었다면 당장 청문위원실에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국회활용 꿀팁 5> 부적격 인사, 내가 낙마시킬 수 있다!

뇌물공여의 의혹이 있는 사업가와의 관계를 질문받은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그를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 제보자로부터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후보자와 그 사업가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 더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나 자신 이외에 누군가가 안다. 진실을 완전히 은폐하기는 어렵다. 노련한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통해서 완벽하게 자신을 방어했다고 생각할 때, 뜻밖에 그를 허물어뜨리는 것은 제보자의 전화 한통일 때가 있다.

“그 사람 청문회에서 한 말 다 거짓말입니다. 여기 증거가 있어요!”

고위공직자에 대한 심사는 행정부와 국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부적격 인사를 낙마시키는 결정적 한 마디가 나에게서 나올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꼭 발언하자. 제보하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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