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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장관 "과학의 기술, 문화적 언어로 얘기하고 쓸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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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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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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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읽는 것으로 상상력↑, 쓰는 것으로 자기생각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과학책을 읽는 데에는 단계별 맞춤 코치가 필요하다"며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반드시 글쓰는 연습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머니투데이가 추진하는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공상과학 추리소설 공모전'에 대해 "읽고 쓰는 능력을 모두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과학책을 읽는 데에는 단계별 맞춤 코치가 필요하다"며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반드시 글쓰는 연습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머니투데이가 추진하는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공상과학 추리소설 공모전'에 대해 "읽고 쓰는 능력을 모두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과학 전문가를 만나러 갔다가 ‘문학 소년’을 발견했다. 서울대 전자공학을 나와 포스코ICT,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등을 거치며 오로지 과학기술 하나만 보고 달려온 ‘차가운’ 이미지의 이력 속에서 한때 ‘책 없으면’ 못사는 지독한 독서가이고 학창시절 숱한 백일장에서 상을 휩쓴 문재(文才)라는 숨은 비밀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최양희(61)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책으로 모든 세상을 체득한 만물박사처럼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했다. 과학 전문가의 답변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도 와르르 무너졌다. ‘과학’과 관련된 인터뷰 첫 질문에도 그는 ‘문화적’으로 대응했다.

올해 정부의 집중된 목표와 방향이 ‘과학’으로 모이는 것 같다는 질문에 최 장관은 “조선시대 얘기를 꺼내야겠다”며 500년 전쯤으로 돌아갔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사람을 길러낼 때, 전인교육을 해요. 사람을 포용하는 자세나 포괄적인 지식을 통해 성숙한 인간이 돼 라는 것이 교육의 목표였죠. 대표적인 예가 조선 중기의 선비들이에요. 선비는 학문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지만, 술도 마시고 창도 하는 예술을 등한시하지 않았어요. 이런 다양한 문화적 학습을 통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는 (과학용어로 얘기하면) 알고리즘을 우리 선비들이 체득하고 체험했어요. 과학적인 생활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에요.”

선비의 과학적 자세가 전통이었는데, IT(정보기술)라는 빛의 속도의 문명과 만나면서 그 가치를 잊어버렸다는 것이 최 장관의 설명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br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성천리’(金城千里)라는 표현으로 창조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자성어 그대로 풀면 ‘천리 땅에 걸친 견고한 성’이라는 뜻인데, 과학을 통해 창조경제라는 성을 쌓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최 장관은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개념은 아니다”고 했다.

“선비가 걸었던 길을 다시 찾겠다는 의미예요. 안 맞는 옷을 수입하거나 하지 않았던 일을 새로 만드는 개념이라기보다 역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전통의 가치를 재발굴하는 개념에 가까워요. 우리가 잊어버린 내부의 것을 다시 살리자는 의미입니다.”

최 장관과의 인터뷰는 머니투데이가 추진하는 ‘과학책을 읽읍시다’(2월 초 게재 시작) 코너‘1000만원 고료 과학소설 공모전’(3월 중 공모 예고)에 대한 자문과 해법을 얻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과학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위해 어떤 교육과 노력이 필요한지, 과학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지 등 손에 들어오는 과학문화 전반을 들어보자는 취지인 셈.

머니투데이는 ‘과학’과 ‘인문’이라는 융합 프로젝트의 의미를 책에서 찾는다. 본지 기자들은 물론 독자로 꾸려질 독서평가단(동네북)이 과학책을 ‘읽고’ 이에 대한 느낌을 ‘쓰는’ 인문학적 행위를 동시다발로 할 뿐만 아니라 공모전을 통해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한발 더 넓히는 것이다.

최 장관은 과학 전문가들이 흔히 놓치는 인문학적 전달법, 인문학자들에게 부족한 과학적 지식의 경계에서 양쪽 모두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마냥 매력적인 소통의 언어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독지가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쓰는' 연습"…'미래의 장관' 여기서 출발

“과학책 보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죠. 어린이에게 이런 책을 주면 단어도 모르고, 어려워서 금방 싫증이 날 거예요. 그래서 지도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같이 읽어주고, 궁금한 걸 답변해주는 쌍방향 관계가 중요하죠. 길잡이로는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고, 과학자 선배가 있을 수 있고, 인터넷 등에서 댓글을 통한 멘토-멘티 관계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어린이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단계별 맞춤형 지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지금은 즉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체를 통한 학습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생긴 호기심을 책으로 해결한 뒤 이를 실제 실험하고 체험해 볼 수 있으니까요. 과학고 재학생 중엔 이런 과정을 거쳐 올라온 학생들이 많아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quot;과학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있다&quot;며 &quot;보름달에서도, 집 차고에서도 마주치는 게 과학&quot;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앞 수동적인 자세에서 떨어져 밖에서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과학의 재료이자 능동적 과학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br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과학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있다"며 "보름달에서도, 집 차고에서도 마주치는 게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앞 수동적인 자세에서 떨어져 밖에서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과학의 재료이자 능동적 과학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강릉 영재로 통했던 최 장관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멘토’역할을 하던 독지가로부터 연간 수십 권의 과학책을 공급받아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 “아직도 ‘그분’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최 장관은 그 강한 기억의 힘으로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초·중·고교생 50명 정도에게 연간 책 10권씩 보내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중학교 때 문예반에 들어가서 시작(詩作)을 했는데, 이과적인 방식으로 시를 쓰려니 굉장히 어려웠죠. 그래도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훈련이 꼭 필요해요.”

책을 읽는 것도 힘든데, 글까지 쓰라는 ‘충고’가 이중고통으로 들렸다. 최 장관은 “읽고 덮으면 30, 4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이와 소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걸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읽고 요약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형식적이고 엄숙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가볍고 편안하게 하는 겁니다. 마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글처럼 말이에요. 그렇게 다른 이의 댓글도 보고, 거기서 다른 책도 소개받고 하면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거예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또 하나의 독서 비법은 한 권이 아닌, 관련 책을 여러 개 읽는 겁니다. 대가들은 흔히 인터넷에서 주제를 골라 30권 정도를 사서 읽어요. 관점이 다른 책을 두루 소화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셈이죠.”

최 장관이 ‘책읽기’를 넘어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가장 핵심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할 때 혁신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연구 제안서를 2페이지로 요약해서 내라고 했더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내용만 들어있더라고요. 지원자들이 50페이지 과제물은 잘 쓰는데, 정작 2페이지는 못 쓴다는 걸 알았죠. 그들의 아이디어가 나쁜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떨어진 거예요. 글쓰기 훈련이 안 됐으니까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훌륭한 과학자의 논문은 1페이지 반을 넘어가지 않거든요.”

이때 그는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순회 글씨기 강연’을 펼쳤다. ‘2페이지의 미학’ 같은 주제로 단계별 글쓰기 강의를 통해 과학자의 연구와 글쓰기는 다를 수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이다.

◇ "글쓰기는 사고 정리의 힘…호기심·생활·체험이 곧 과학"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br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아이돌 그룹 멤버 되기’가 어느새 아이들의 꿈이 돼버린 세상에서 과학자 양성을 위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과학과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생활이 곧 과학”이라고 최 장관은 툭 던졌다.

“인식을 가까이에서 하면 답이 보입니다. 전등이 없을 때, 보름달을 전등 삼아 책보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달이 얼마나 밝을까’라는 의문 자체가 과학인 셈이죠. 과학은 먼 데 있지 않고 곁에 있어요. 미국의 차고를 봐도 늘 그곳에서 차나 자전거를 고치잖아요. 과학을 일상에서 체험하는 거죠. 우리의 주거 환경이 늘 컴퓨터 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밖에서 하는 체험이 곧 과학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어요.”

그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유명 인문학자와 도서 탐방을 한 듯했다. 과학과 문화가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칠 수 있다는 작은 인식, 과학과 인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기초한 상생의 구조라는 인식의 틀이 싹트는 건 이제 필연의 법칙일지 모른다. 최 장관은 인터뷰 내내 이를 ‘융합’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과학의 법칙을 문화의 언어로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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