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에 겨우 7권"… 20대 기자, 빅이슈 팔아보니

25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직접 판매해봤다. /사진=진경진 기자

지난 25일 오후 4시 광화문역 7번 출구 앞. 빅이슈(BIG ISSUE) 판매원, 일명 '빅판' A씨가 나와 있다. 어김없이 빨간색 유니폼 조끼를 입은 그는 "빅이슈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옆에는 빅이슈 잡지가 한가득 실린 손수레와 좌판으로 쓰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번화가마다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빅판의 모습이다.


덥든 춥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하루에 잡지를 얼마나 파는 걸까? 온종일 서서 판촉만 하는데 얼마를 벌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빅이슈를 팔아봤다.



◇"빅이슈 있습니다, 신간이에요"
빅판 A씨에게 빨간색 유니폼 조끼를 받아 입고 한 손에는 표지모델로 쿵푸팬더가 나온 빅이슈 신간을 들었다. 그리고 10가지의 빅판 판매수칙을 들었다. 그걸로 준비는 끝이었다. A씨는 “당당하고 친절한 모습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A씨 옆에 '당당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섰다. 대학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다. 대학 축제 때 학교 광장에서 호빵을 팔아 '완판'시킨 경험이 있는 '판촉왕' 출신이어서 나름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자신감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소심한 목소리의 "빅이슈 있어요"만 남았다. 캠퍼스와 길거리는 달랐다. 거리에서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는 결례로 느껴졌고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 무안하게만 느껴졌다.

겨우 적응해 갈 때쯤 다짜고짜 욕을 하고 지나가는 행인도 있었다. 행인은 "거지××들아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시비에 화가 나서 노려보는데 당부받은 판매수칙 3번이 떠올랐다.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들 것.'

A씨는 "빅판을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잡지가 안 팔리는 것보다 모욕적인 말이나 눈빛이 더 힘들다"고 했다.



◇겨우 3시간 일했는데 강추위에…
해가 지자 급격하게 추워졌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온도는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였다. 얼마 전까지 경찰서에서 먹고 자는 수습기자 교육을 경험한 터라 추위 버티기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내복과 두툼한 패딩도 겨울바람에는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오늘 외투를 두 겹 껴입었다"며 "추위가 무섭다"고 말했다. 행여나 감기라도 걸리면 그 다음날은 더 힘든 컨디션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위가 이들에게 더 혹독한 이유다.

추우니 다리도 아파왔다.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차라리 걸어다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A씨는 "원칙적으로는 안 쉰다"며 "아주 힘들 때만 벤치에 잠깐 앉는다"고 말했다. 앉아서 팔면 안되냐는 질문엔 "이것도 직업인데 대충 할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체감온도 -10도의 강추위속에 3시간동안 판매한 빅이슈는 모두 7권.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시급(6030원)에도 못미치는 5833원이었다. /사진=진경진

◇최저시급 6030원인데… 3시간동안 번 돈 1만7500원
함께한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빅이슈를 사간 사람은 7명. 잡지 한 권에 5000원, 빅판에게 돌아오는 돈은 2500원이니 A씨가 3시간동안 번 돈은 17500원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5833원. 2016년 최저시급 6030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2인 가구의 한 달 최저생계비를 110만6642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빅이슈코리아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임대주택에 입주한 A씨는 110만원으로도 빠듯하다고 했다.

임대료와 관리비, 식비, 교통비, 전화요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숙생활 동안 지병을 얻어 감당해야 할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A씨는 "매일 20권 이상 판매를 목표로 일한다"며 "미달일 경우 일요일에도 나오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해서 2~3년 안에 빅판을 졸업하겠다는 각오도 보여줬다. A씨는 "빅판을 졸업하고 현재 떨어져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자식들을 가게에 초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빅이슈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634명의 홈리스들이 빅이슈를 거쳤고 이들 중 20명은 재취업에 성공했고 71명은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재활'을 꿈꾸며 빅이슈코리아에 이름을 등록한 빅판은 6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