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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배역 '카페손님'…"어라! 커피는 안주고 빈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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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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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3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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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드라마 속 보조출연자 체험하기<下>9시간 촬영해도 수수료 떼면 '4만3000원'

[편집자주] '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5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진행된 드라마 촬영 현장.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모여있다/사진=김주현 기자
지난 25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진행된 드라마 촬영 현장.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모여있다/사진=김주현 기자
첫 배역 '카페손님'…"어라! 커피는 안주고 빈잔만"

上편…'발연기' 女기자, 엑스트라 알바에 도전하다

#“롤~”, “하나, 둘, 스탠바이, 액션!…컷!”, “뒤집어서 갈게요.”, “바스트 느슨하게 한 번 갑시다.” 드디어 촬영에 투입됐다. 첫 배역은 커피숍 손님. 테이블에 빈 잔을 두고 심각하게 책 읽는 연기를 했다. 만화책이었다.

◇9시간 일하고 4만3000원 받는 ‘누나’ ‘종업원’ ‘엄마’들
“누나랑 누나, 형, 형, 그리고 앞에 두 분 나오세요.” 첫 촬영 장소인 천호역 근처 한 커피숍에 도착하자 부반장은 승합차에 타고 있던 9명의 엑스트라들 중 역할에 맞는 사람을 가려냈다.

이곳에선 이름을 묻지도 부르지도 않는다. 여자는 ‘누나’, 남자는 ‘형’으로 통칭된다. 배역을 받고 난 후에는 역할 이름으로 부른다. “종업원! 조금만 더 뒤로 앉아.”, “엄마! 아들한테 치킨 좀 먹여주고”, “누나, 쉬지말고 계속 걸어다녀.”라는 식이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주로 20대가 ‘단기 아르바이트’로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같은 프로그램에 배정된 9명 가운데 20대는 기자를 포함해 2명뿐. 나머지 7명은 30~40대였다. 1개월부터 5년까지 경력은 제각각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개월 정도 됐다고 밝힌 이현수씨(29·가명)는 취업준비생이다. 다른 일을 구해봤지만 여의치 않았고 비교적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어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또 다른 보조출연자 정혜영씨(36·가명)도 상황이 비슷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2년 전이지만 다른 일을 구한 뒤에 한동안 엑스트라 일을 쉬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 강도에 비해 적은 시급이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엑스트라 김 모씨는 “가끔 3시간만에 촬영이 끝날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예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 더 낫다”며 “이왕 고생할 것이라면 야간 수당까지 받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달엔 이틀빼곤 매일 촬영장에 왔다”며 “촬영이 길어지거나 야간 촬영을 한 다음날은 피곤하지만 돈은 벌어야 하지 않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용역업체의 출연자 급여 계산표에 따르면 최저 시급 6030원에 최저 일급은 4만8240원이다. 오후 6시가 넘어가면 시급은 50% 올라 9045원, 밤 10시가 넘으면 야간 시급이 적용돼 1만2060원으로 기본 시급이 100% 인상된다.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9시간 동안 촬영을 한 기자의 통장에는 아르바이트비 4만3000원이 찍혔다. 9시간 근무 중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고용보험료와 수수료 10%를 뗀 나머지다.

지난 25일 강동구 천호역 인근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 현장.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였다. /사진=김주현 기자
지난 25일 강동구 천호역 인근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 현장.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였다. /사진=김주현 기자

◇엑스트라는 ‘을 중의 을’…영하 10도가 여름 날씨라고?
“오늘 날씨는 여름이지, 여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해.”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날 촬영분의 유일한 야외씬 촬영이 시작됐다. 아침보다는 기온이 조금 올랐지만 여전한 칼바람에 1~2분만 서있어도 눈물이 고일 정도의 추위였다.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하는 촬영 준비시간.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 가게안에서 대기하려는 엑스트라들에게 반장은 “밖에서 기다려”라며 “오늘 같은 날씨는 여름이지”라고 했다. 엑스트라들은 군말없이 야외에서 촬영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왜 굳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냐”, “이 날씨가 여름이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등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저 반장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촬영 현장에서 엑스트라들이 ‘슈퍼 을’이란 건 예상했던 일이다. 엑스트라들의 설움에 대한 얘기도 이미 알려진 바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낀 모습도 비슷했다. 엑스트라는 시키는대로 무조건하는 파견업체 직원이었다.

혹시나 촬영에 피해가 될까 항상 눈치를 살펴야 했고 다음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내가 나오는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 채 촬영팀을 따라다녀야 했다. 놀이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할 땐 카메라를 쳐다보는 시민들을 막아야 했고 카메라가 들어올 자리를 미리 지키고 서 있는 등 보조 출연 외의 다른 업무도 뒤따랐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뒤를 지나가는 3초를 위해 3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엑스트라에게 대사 한 줄은 사치스러운 꿈이었다.
지난 25일 진행된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 퇴근하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생들의 뒷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지난 25일 진행된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 퇴근하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생들의 뒷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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