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日 더 내릴까? 구로다 "한계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무제한 바주카포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2%라는 경기부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못할 게 없다고 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일본 도쿄 강연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중앙은행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강력한 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한다는 목표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며 "추가 완화 수단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없이 양적·질적 금융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 3개 차원에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기존 조치가 목표 달성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매입 규모와 대상을 확대할 수 있으며 현재 -0.1%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구로다 총재는 또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 매입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다고 반드시 국채 매입이 어려워진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BOJ는 지난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로 낮췄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0%로 수렴하고 있어 BOJ의 국채 매입 부담이 커졌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이듬해 10월에는 금융완화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했고 지난주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3차원 완화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을 매입해 돈을 풀며 시중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경기부양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국 영란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실시했다. 매입 대상은 주로 장기국채로 규모를 중시해 양적완화라고 한다.

BOJ는 한 발 더 나아가 매입하는 자산을 유동성이 풍부한 안전자산으로 제한하지 않고 ETF(상장지수펀드),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위험자산으로 확대했다. 매입 자산을 다양화했다는 의미에서 질적완화라고 한다. FRB 등이 시행한 양적완화보다 훨씬 과감한 정책으로 일각에선 FRB도 금리인상에 나설 게 아니라 질적완화로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관방 부장관도 BOJ의 경기부양 수단이 바닥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블룸버그와의 회견에서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서 경기부양 옵션이 바닥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BOJ보다 더 낮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중앙은행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BOJ가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일본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나라는 △스위스(-0.75%) △덴마크(-0.65%) △스웨덴(-0.35%)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