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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 걷는 심정"…빵집 예비 창업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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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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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1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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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신규출점 제한' 규제로 2차례나 개점 불발…20m 차이로 1억 손실, 1년 가까이 일 손 놓고 발만 동동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김민식씨(가명)는 요즘 술 없이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서울 은평구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을 내려던 사업 계획이 중소 빵집과의 거리 규제로 2차례나 차질을 빚으면서 1년 가까이 일손을 놓고 있어서다.

사업이 꼬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김씨는 직장 생활하며 모았던 돈과 퇴직금을 털어 99㎡(30평) 규모 점포를 얻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2개월 뒤면 제과점 문을 연다는 달콤한 꿈도 잠시. 점포에서 480m 거리에 중소 빵집인 A제과점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장밋빛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013년 제과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중소 빵집에서 500m 이내에는 대기업 빵집을 새로 열 수 없기 때문이다.

A제과점 업주와 협상에 실패한 김씨는 결국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한 뒤 점포를 정리했다. 권리금이 1억2000만원 투입됐지만 5000만원 밖에 건지지 못했다. 보증금은 돌려받았지만 인테리어 공사비와 3개월치 월세는 고스란히 날렸다. 거리 20m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1억원 가까이 손해본 셈이다.

김씨는 "제과점을 포기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까도 고민했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초보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지 않았다"며 "섣불리 사업을 벌였다가 더 큰 손해를 볼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점포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김씨는 기존 점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82.5㎡(25평) 규모 점포를 다시 마련했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친척이 권리금을 받지 않고 점포를 내줬다. 하지만 김씨는 두번째 점포 문도 열지 못했다. A제과점과의 거리는 580m로 멀어졌지만 500m 이내 또 다른 중소 빵집들이 줄줄이 나왔다. 점포에서 200~300m 거리에 있는 중소 빵집 3곳은 평소 케이크를 팔지 않아 동네 빵집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440m 떨어진 B제과점이 문제가 됐다. 김씨는 B제과점 업주를 찾아가 협상안을 제안하고 선처를 바라고 있다.

개점이 늦어지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당초 계획대로 지난해 6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면 수천만원대 순수입을 올렸을텐데 현재 김씨의 장부에는 갚아야 할 부채만 산적해 있다. 김씨는 "똑같은 자영업자인데 대기업 브랜드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영업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며 "수도권 대부분 상권에 동네 빵집이 지뢰밭처럼 포진돼 있어 500m 거리 규제를 적용하면 나처럼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3년간 대기업 빵집 규제를 시행했지만 동네 빵집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시장 성장만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 빵집에서 500m 이내 대기업 빵집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거리 규제로 신규 출점이 꽉 막혔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PC그룹의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수는 3316개로 동반위의 제과점업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 3년간 89개(2.7%)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빵집 규제 이전 3년간 500개(18.7%)증가한 것에 2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전국 매장수는 2012년 1280개에서 지난해 1285개로 3년간 5개(0.4%)증가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대 교수는 "다수 중소 제과점이 제도 시행 이후 매출이나 수익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 침체로 내수 산업이 성장 동력을 잃은 마당에 실효성 없는 규제를 고집했다간 대기업 빵집과 동네 빵집이 동반 침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송지유
    송지유 clio@mt.co.kr

    머니투데이 산업2부 송지유 차장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산업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제조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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