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결단' 후 한미일 北 독자제재 '속도'…中은 '신중'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4년 3월25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뉴스1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력 대북제재 선봉에 나서면서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간 안보리 결의 논의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이 원하는 수위의 대북제재에 협조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9일 한미일 정상이 연쇄 전화통화를 한 다음날 3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시 착수했다.

우리 정부가 10일 오후 5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일본이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차단하는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미국 상원도 10일(현지시간) 역대 가장 포괄적인 대북제재안인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외화 획득이 어렵도록 자금줄을 차단하고 관련자들에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북한뿐 아니라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거나 북한에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을 통해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국의 개인 또는 단체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은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거래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내용을 포함해 북한의 외화벌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이와 함께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거나 북한 인권 유린에 가담한 개인과 단체를 처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당초 미 하원에서 2월 넷째 주에 표결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1~2시 사이 재의결하게 됐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발효될 전망이다.

일본의 독자 제재조치는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인도적 목적의 10만엔(약 107만원) 이하 금액을 제외한 대북 송금 금지 △북한 선박과 북한을 기항한 모든 제3국 선박의 입항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개성공단 카드'가 한미일의 초강력 대북제재를 추동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태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40여분간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관련 대응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끝장 결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왕 부장은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개성공단 폐쇄에도 중국의 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논의와 관련 "어느 정도 모멘텀이 형성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측에서 미국 측 결의안 초안에 회신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과 중국의 입장차로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 달이 넘게 결의안 작성이 지연됐던 상황에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조치가 안보리 제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보리 제재가 합의돼 효력이 발생하면 개성공단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본 나라가 많았는데 거기에 대한 대답이 나온 것"이라며 "(개성공단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의 외화 유입이 이번에는 좀 더 엄격하게 통제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개성공단 중단은 NSC 차원에서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주변국가들이 주목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라며 "한국이 완전 목숨걸고 북한 제재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면 중국도 어느 정도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리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