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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과 판결] 권순일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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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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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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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약정 무효 판결로 주목

[편집자주]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 공직에 몸담은 법관들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판결을 통해 웅변할 뿐이다. 판결을 살펴 보면 우리 사법부에서 일하고 있는 법관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관들의 출신 지역이나 학력 등 판결에 대한 선입관을 형성할 수 있는 요소들은 기사에서 배제했다.
권순일 대법관. /사진=뉴스1
권순일 대법관. /사진=뉴스1
권순일 대법관(57·연수원 14기)은 지난해 법조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판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에서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다. 대법관 임기(6년)의 3분의1도 채우지 않았지만 여러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임기는 2014년 9월12일 시작됐다.

다음은 권 대법관의 주요 판결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변호사 업계 파장

권 대법관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내거나 석방되는 조건으로 변호사에게 지금하기로 약속하는 성공보수금 약정이 무효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심을 맡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형사 사건 의뢰인의 아들 A씨가 변호사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4000만원을 반환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 아버지는 2009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A씨는 아버지의 변호인으로 B씨를 선임하며 '석방되는 조건으로 사례비를 지급한다'는 취지의 약정서를 썼다.

B씨가 보석허가 신청서를 내고 3일 뒤 A씨는 1억원을 건넸고, A씨 아버지는 며칠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A씨 아버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1억원을 반환하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가 재판부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가져갔지만, 실제 청탁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할 정도로 많은 액수도 아니었다"고 맞섰다.

대법관들은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재판의 성격을 고려해 성공보수금 약정이 무효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성공보수 약정에서 말하는 '성공'이 구속을 비롯한 형사절차의 본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이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 것은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체결되면 변호사 직무 독립성이나 공공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를 인정하면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 당사자(판·검사)에게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고, 의뢰인으로서도 잘못된 기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종전까지 민·형사나 행정 등 사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에 대해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더 이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형사사건 수임료를 종전과 같이 받지 못하게 되자 국내 최대 회원을 보유한 지방변호사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형사사건 표준계약서를 배포하고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에 대해 평가가 엇갈렸다.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는 '전관예우' 의혹의 핵심인 수사 기관과 재판부에 대한 변호사의 부당한 영향력을 근절하고 법 질서를 세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당장 수익이 줄어들 위기에 놓인 변호사 업계는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계약을 체결할 자유와 평등권을 위반한 판결"이라며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금지한 헌법재판소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도 노동조합 만들 수 있다"

권 대법관은 또 전원합의체 주심으로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6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신고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는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라 할지라도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하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한다면 취업자격이 없어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취업자격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지 못하게 제한해야 할 국가가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다수의 대법관들은 "근로에 따른 권리까지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전원합의체는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취업자격을 부여하거나 체류를 합법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이 판결이 처음이다. 이 판결은 외국인 고용 관련 법령 적용과 노동 권리 보장이 서로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판결은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 중 최장기 미제로 꼽혔다. 소송이 처음 제기된 2005년 6월 이후 10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상고가 제기된 시점은 2007년 2월로, 김황식 대법관에서 후임인 양창수 전 대법관을 거쳐 권 대법관이 세 번째로 주심을 넘겨받았다.

◇"대통령, 긴급조치 정치적 책임뿐…법적 책임 없어" 판결로 논란

권 대법관은 또 '긴급조치 자체만으로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무효로 인정한 가운데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논란이 일었다.

권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는 지난해 3월 긴급조치 9호에 의해 중앙정보부에 구금됐던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과거 1970년대 유신헌법에 의해 발동됐던 긴급조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에 부여했다. 특히 긴급조치 9호는 1979년 10·26사태 직후 폐기되기까지 4년여 동안 이어지며 800여명을 구속시켰다.

이에 대법원과 헌재는 잇달아 긴급조치가 위헌 내지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놨다.

그러나 긴급조치 9호에 의해 중앙정보부에 구금됐던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대법원 3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긴급조치권을 행사한 결정은 국가행위인 만큼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를 발령한 대통령의 행위가 국가배상법에서 정하는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유신정권 당시 수사·정보기관 공무원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면 국가가 배상해야 하지만, 단순히 긴급조치에 의해 체포됐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이 판결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일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판결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고도의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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