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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국회서 잠자는 남북경협 피해보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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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민 심재현 정영일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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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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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눈덩이…보상법은 4년째 국회 계류

[런치리포트]국회서 잠자는 남북경협 피해보상법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입주기업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입법 지원이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고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6년만이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위한 관련법안들이 19대 국회서 발의됐음에도 해당 상임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번에 법적 근거 마련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나온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성공단 폐쇄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경제다. 20대 총선에서 승리해 그 책임을 묻고 '개성공단부흥법'을 만들어 개성공단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차원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특별법을 마련해 근로자들에게 지원이 아닌 적합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면서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이미 4년 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관련법들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하면서 몇년째 잠을 자고 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9월 '남북경협력사업 손실 보상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지만 4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 의원은 당시 "우리 중소기업의 집단 도산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더 늦기 전에 손실 보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의원 59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며 국회에서 이 법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영 외적인 사유로 협력사업의 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일정기간 동안 사업이 정지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 손실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규모가 2008년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태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고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개성공단 피해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대부분 보험금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입주 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교역보험과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으로 나뉜다. 교역보험은 공단 가동이 2주일 이상 중단될 경우 개성으로 보낸 자재비의 70%, 납품 계약액의 10%를 10억원 한도로 보장한다. 하지만 가입한 업체가 전혀 없어 고스란히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교역보험의 경우 원·부자재 등의 피해 발생 때 보상이 가능하지만 보장금액이 적은 데다 보상 절차도 복잡해 현재 가입한 기업이 1곳도 없다.

설비투자비 등을 최대 90%까지, 70억원 한도로 보장하는 경협보험의 경우 입주 업체는 123개 중 78개에 불과하다. 경협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대부분의 업체는 경협보험 가입 기준에 미달돼 가입을 하지 못한 경우다. 경협보험 가입하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경제협력 사업 승인을 받은 업체로, 남북한 주민이 직접 계약 당사자로 돼 있는 거래를 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법령의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거나 금융기관의 신용불량정보자, 신청일 현재 자기자본 완전잠식 기업은 경협보험 가입을 위한 신청조차 할 수 없다.

특히 경협보험은 초기 투자자산만을 보상할 뿐, 영업손실은 보상하지 않아 벼랑 끝에 몰린 입주기업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협보험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지분투자 원금, 대부채권 원금, 권리취득 대금 등의 회수 불능 또는 회수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장하는 투자보험에 국한된다. 기업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하고 기업의 공단 내 투자금에 대한 권리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이전된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 기업은 보험금을 반납해야만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또 초기 투자자산에 대한 보상도 공단이 재가동되면 반납하도록 경협보험 약관에 정해져 있어 실질적인 피해지원은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년전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이 개정안은 영업이익에 상당하는 손실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준과 기한을 정해 경협보험을 통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기업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경분리 원칙의 법제화를 제시하고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당국 간 관계가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리더라도 민간의 영역, 경제의 영역은 침해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정경분리 원칙'의 법제화를 통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경제분야를 포함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증진'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민족동질성 회복' 등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만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뒷짐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이후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나 손실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정국에 밀려 제대로 된 후속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 약속에 입주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개성공단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 여야간 논의는 이날까지 전무한 상태다. 지난 15일과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관련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성격의 회의를 열거나 윤곽을 잡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피해현황 파악과 추가대책을 지켜보면서 당 차원의 논의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12일 정기섭 회장 등 개성공단기업협회 간부들과 만나 "법령과 제도로 한계가 있을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당내에서 기본적인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가 1, 2차 대책을 내놓으면서 피해 최소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당정협의를 통해 보완 대책 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총선을 앞둔) 시기상 소속의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이번주 안에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 선거구 획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노동개혁법 등 기존 쟁점안 협상이 시급하다 보니 개성공단 대책 논의가 심도 있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총선 현안에 급급해 말뿐인 대책 마련을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가 특별법 제정에 착수하더라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만족할 만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보험제도와 형평성, 국민적 공감대, 재정부담 등을 감안하면 일부에서 제기된 장기무상임대 방식의 대체부지 지원이나 설비투자비 무이자 융자 등의 대책은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2013년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당시에도 새누리당이 북한의 공단 폐쇄조치 등으로 입주기업이 철수할 때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고(해외유턴제) 납품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내에 같은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쉽게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복수공장제) 등을 담은 개성공단 지원법을 추진했다가 정부와 이견을 빚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일단은 입주기업의 실질적인 손실보상에 특별법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만 해도 시설장비나 원자재까지만 포함할지 기회비용까지 감안할지 같은 피해보상 범위를 정하는 데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 자체에 지극히 신중한 입장이다. 개성공단 대책도 배상이나 보상보다는 지원에 맞춰 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이후 나온 '5·24 대북제재조치'로 피해를 입은 개성공단 기업이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때도 정부의 정책판단이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유동성 지급과 세금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특별법 제정은 현재 지원규모 등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오히려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서울시는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은 서울 소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약 45곳에 중소기업 육성자금 100억원을, 경기도는 200억원의 긴급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 춘천과 부산, 대전, 충남 등은 입주기업을 두고 물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개성공단 피해지원법, 제안설명 기회도 못잡고 폐지 눈앞에…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은 19대 국회에서 총 4건 발의가 됐지만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2012년 7월 원혜영 의원이 발의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같은해 9월19일 외통위 전체회의에 상정이 되지만 제안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선언하는 내용이 뼈대다.

다만 전문위원이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민간 경협사업자들의 피해, 남북관계의 특수성, 국민들의 대북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개정안은 이후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지될 운명에 처해 있다. 우상호 더민주 의원이 2012년8월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비슷한 궤적을 걷고 있다.

그나마 외통위에서 제안설명 절차까지 진행된 지원법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또는 5·24 조치로 인한 남북경제협력사업 손실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다.

2012년11월19일 진행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원혜영 의원은 "경영상의 과실이 아닌 정부의 장기 조치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스스로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의원은 "경영 외적인 사유인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이나 5·24조치로 인해 남북경제협력자에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특별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외통위 전문위원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배용근 전문위원은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또는 5·24조치로 인해 경영이 악화된 남북경제협력사업자의 피해에 대한 법적인 손실 보상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배 전문위원은 그러나 "대북사업 기업의 손실이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서는 특별한 희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여타 기업과의 형평성, 다른 법·제도와의 연관성, 보충성의 원칙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특별법과 당시 통일부가 추진하던 결의안의 업무가 중복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특별법의 경우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결의안의 경우는 통일부에 남북경협 기업 피해 신고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자의 기능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피해 실태 파악을 위한 신고와 그에 따른 보상 결정은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때문에 국무총리 소속과 통일부 소속으로 양자를 분리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은 남북경제협력 기업들의 손실보상을 법률로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상임위 내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경영인들의 잘못에 의한 손실이 아니라 국가 정책상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제약됨으로 해서 생긴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재난피해 보상에 준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보상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취지는 이미 우리 외교통상위원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더 이상 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안을 통해서 강제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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