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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가스 중학생'에게 '법전'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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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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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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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중학교 방화미수 사건' 피고인 이모군, 어른들의 무관심 속 방치된 끝에 범행

서울 양천구 소재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선 이모군(16)이 지난해 9월 경찰에 붙잡혀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양천구 소재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선 이모군(16)이 지난해 9월 경찰에 붙잡혀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양형 기준을 깨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지만, 형벌보다는 보호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에서 피고인 이모군(16)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부의 판결을 듣고 서 있었습니다. 이군의 어머니는 방청석 맨 앞에 앉아 흐느꼈습니다. 선고가 끝난 후 어머니는 아들의 어깨를 꼭 감싸안고 법정을 나섰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이군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습니다. 이군에 대해 장기 4년, 단기 3년의 실형을 구형한 검찰의 주장을 기각하고 양형 기준보다 낮은 선고를 내린 것입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또 솜방망이 처벌이냐", "청소년 범죄에 너무 관대하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게 뻔하다"며 재판부를 비난했습니다.

재판부와 이군에게 돌을 던지기에 앞서, 이군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학생이던 이군이 '부탄가스 중학생'이라는 별칭을 얻는 과정을 보면 오롯이 이군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군이 처음부터 '위험한 학생'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군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집에선 착한 아들, 학교에선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반장과 부반장을 도맡은 것만 봐도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누나를 위해 서초구로 전학을 오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사춘기를 보내던 이군에게 낯선 동네, 낯선 학교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친구들은 겉돌던 이군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우수했던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생업에 나선 어머니와의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어느덧 이군의 마음 속엔 분노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6월부터 폭력적인 게임과 동영상을 보기 시작해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본 대로 되갚아주는 상상에 빠졌다고 합니다. 학교에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담임선생님에게 방화 충동을 털어놓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지난해 6월 이군에게 등교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군은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아무 벌도 주지 않은 학교를 이해할 수 없었고 학교 화장실에서 화장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후 이군은 대안학교에 위탁됐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웃는 모습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군은 같은 해 9월 편의점에서 라이터와 부탄가스를 훔쳐 양천구 중학교 빈 교실에서 폭발시켜 경찰에 구속됩니다.

범행에 이르기까지 이군은 성적 하락에 대한 지적과 소외감에 시달렸습니다. 어른들은 이군을 '문제아'로 취급하기에 바빴습니다. 누군가 이군의 상처와 분노를 보듬었더라면, 학교와 선생님들이 따돌림과 폭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섰더라면 결과는 조금 달랐을지 모릅니다. 이군의 범행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군은 크게 호전됐다고 합니다.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좋아진 데다 치료에도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앞서 법정에서 "죄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피해를 끼쳐 너무 죄송하다"며 눈물로 잘못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군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던 이군의 사건은 소년법정에서 매듭이 지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 따돌림과 같은 청소년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청소년 범죄를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임을 잊어선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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