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리더십이 중장기로 지속되는 시스템

8년전 부산에 소재한 중소IT기업에 탐방간 적이 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당 중앙에 미니골프장이 보였고 골프게임을 하고 있는 몇몇 직원들이 보였다. IR미팅후 구내식당을 보았는데 벽면에 임직원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다. 경영진이 직원 복리와 사기진작에 세심한 배려를 한다고 느껴졌다. 대표이사는 창업주였고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음주를 하지 않고 자전거를 즐겨타며 건강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사업확장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꾸준하게 경영하는 분이었다. 동사는 그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면서 매년 10%를 상회하는 우수한 성장을 보여 V&S자산운용의 성공적 투자사례가 됐다.

가치투자를 위한 주요 평가항목으로 해당기업에 우수한 리더십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될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여부이다. 기업의 경영진은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우수한 매니저를 육성하고 종업원들의 사기를 올릴수 있는 조직문화 형성도 경영진의 몫이다.


우수한 경영진이 중장기에 걸쳐서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 여부도 중요하다. 경영진이 우수하더라도 1~2년이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은 단기성과에 치중해 기업체질을 손상시킬 수 있다. 상기 중소 IT기업의 사례처럼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병행하는 경우는 리더십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전문 경영인인 경우에는 회사의 중장기 이익이 본인의 이익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를 살펴봐야한다.

V&S자산운용은 최근 몇 달간 한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여왔다. 신임 대표이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투자의사결정에 한 요소였다. 신임 대표이사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 이전에 다른 금융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킨 경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중장기 이익과 대표이사 본인의 이익이 잘 부합되는 구조가 돋보였다. 대표이사는 동 금융사의 지주회사로부터 스톡옵션을 다량으로 부여받았는데 그 옵션의 행사는 향후 4년 후 8년 이내 기간으로 장기적이었다. 대표이사가 주요 주주는 아니었으나 그에게 회사 이익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적절히 부여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변경된 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주식을 매도한 경우도 있다. V&S자산운용은 모 IT부품업체를 6년 이상 장기간 보유해오고 있었다. 이 업체는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대표이사가 10여년간 꾸준히 경영해오면서 이익잉여금이 크게 축적된 상태였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매도하게 되었는데 인수주체 및 신임 대표이사는 해당 산업에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비전과 전략도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V&S자산운용은 매도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후 이 업체는 본업이 악화되면서 연관성 부족한 분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