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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식사, 간식까지 乙이 사세요"…나는 '甲옷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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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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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0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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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공무원 갑질-①]직무관련자에 승용차 30% 가격 깎고, 조의금 1100만원 받기도…징계수위 높였지만 의식 못 따라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 행정업무를 총괄하던 정부 부처 공무원 A씨는 직무관련자인 한 자동차기업의 인사노무담당 상무 B씨로부터 승용차를 정상가격인 3964만원보다 30% 할인된 가격인 2774만원에 구입해 금전적 특혜를 받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A씨는 회사 측 규정에 따라 할인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중징계를 받았다.

#. 정부 부처 공무원 C씨는 직원 단합대회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직무관련자인 D 회사에 전화해 "단합대회에 쓸 치킨과 피자를 구입하려 하는데, 직원을 보내면 바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D 회사 측은 치킨 3~4마리, 피자 3판 등 7만원 상당의 간식을 제공했다. C씨 등 공무원 6명은 모 기업의 점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소요경비 72만원을 해당 기업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른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관피아'를 계기로 출범한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금품수수 등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였고, 지자체들도 갑질 공무원 막기에 나섰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공직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허술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나아졌단 평가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갑질 공무원들 때문에 묻히기 일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일찌감치 '박원순법'이란 이름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1000원 이상만 받아도 무조건 징계를 받도록 했다./사진=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일찌감치 '박원순법'이란 이름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1000원 이상만 받아도 무조건 징계를 받도록 했다./사진=뉴스1

◇박원순법도 못 막은 삼청각 '갑질식사'=갑질 공무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에 불거진 '삼청각 공짜식사' 논란은 국민들은 물론 공직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세종문화회관 3급 간부인 E씨는 지난 9일 지인 10명과 함께 삼청각을 찾아 1인당 20만원 상당의 바닷가재 코스요리를 먹은 뒤 약 3만원만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30여만원만 지불한 것이다.

삼청각은 서울시가 소유하고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을 맡고 있는 고급 한식당으로, 1970~80년대에는 정치인들이 많이 찾기도 했다. E씨는 삼청각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어, 삼청각 직원들이 밥값을 다 받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쏟아지며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해당 임원이 지난해에도 서울시 공무원 4명과 함께 150만원 상당의 저녁식사를 먹고 밥값을 안 냈다고 추가로 밝혔다.

해당 논란이 터진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아직도 그런 사례가 있냐며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서울시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징계가 강화되면서 주위 공무원들도 접대 등에 대해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아직도 그런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사례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장급 공무원은 "서울시 본청은 굉장히 엄격해졌는데, 투자출연기관이나 자치구 등은 긴장도가 좀 떨어지고 아직 인식도가 낮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의 한 3급 임원이 삼청각에서 20여만원 짜리 고급식사를 3만원만 내고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사진은 삼청각 내부 식당의 모습./사진=삼청각 홈페이지
세종문화회관의 한 3급 임원이 삼청각에서 20여만원 짜리 고급식사를 3만원만 내고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사진은 삼청각 내부 식당의 모습./사진=삼청각 홈페이지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14년 8월 이른바 '박원순법'이라며 공무원들이 1000원만 받아도 중징계를 받도록 행동강령을 마련해 강력히 제재해왔지만 이 같은 사례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에는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50만원의 상품권과 접대를 받은 송파구청 도시관리국장 F씨가 박원순법에 따라 해임 처분됐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시가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F씨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1월 송파구청의 원래 자리로 복직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공직자가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는 기준 자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인식하는 듯하다"며 꼬집었다.

◇甲옷 공무원 천태만상…"乙이라 운다"=공무원들의 갑질 사례도 갑을 관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공무원이 갑질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직무 관련 기관이다. 기업·하위기관 등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이를 빌미로 다양한 요구를 해도, 불이익이 두려워 쉬쉬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세무조사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금품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부부처 공무원 G씨는 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하면서 가맹점·협력업체로 조사를 확대하지 말고 추징세액을 최소화해달란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하다 파면됐다.

또 공무원 H씨는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직무관련자인 모 은행 회장과 임원으로부터 1100만원이 들어있는 조의금 봉투 2개를 받았다가 해임됐고, 또 다른 공무원 I씨는 소속기관 직원 3~4명과 함께 묵을 아파트에 들어갈 69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직무관련성이 있는 한 유통기업 임원으로부터 받았다가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사진=뉴스1(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사진=뉴스1(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직위가 자신보다 낮은 부하직원도 갑을 관계 범주에 포함된다. 중앙부처 공무원 J씨는 부하직원으로부터 1차로 21만6000원의 식사접대를 받은 뒤 2차로 26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았다가 상급기관 감사에 적발됐다. 공무원 K씨는 부하직원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회식자리에선 술시중을 들게하고 신체를 접촉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가 비정규직 근로자 216명을 대상으로 괴롭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6%가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해자의 37%는 담당부서 공무원이었다. 괴롭힘을 당해도 89.7%는 불이익 등을 염려해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 못 따라가는 게 문제…'내부고발' 활성화 필요=전문가들은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파면·해임되는 등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일부 공무원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용인되는지 모른다.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계속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정착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변화와 흐름을 못 따라가는 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이 있다. 부패가 한 번에 근절되는 것이 아니라 희생이 나오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부고발 활성화로 실질적인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적발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징계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감시기능이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내부고발 했을 때 적발해 처리하고, 고발자는 신분상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징계제도가 강화됐다는 것을 교육·홍보하고, 일단 걸리면 용서가 없다는 뜻으로 일벌백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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