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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부산서 출발한 '환도열차' 2014년 4월 16일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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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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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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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년 만에 돌아온 장우재연출 연극 '환도열차'…'국뽕' 없는 현대사의 적나라한 민낯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를 타고 2014년 서울에 도착한 주인공 지순(가운데)과 그를 조사하러 온 미국 나사 측 조사관들/사진제공=예술의전당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를 타고 2014년 서울에 도착한 주인공 지순(가운데)과 그를 조사하러 온 미국 나사 측 조사관들/사진제공=예술의전당
"난 이르케 버젓이 살아있는데 나는 웃음거리가 돼가요. 그동안 내 발은 점점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애요" (지순)

"맞습니다. 구경꾼입니다. 그렇지만 구경꾼이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제이슨 양)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6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014년 서울에 도착한다. 유일한 생존자는 남편을 찾아 환도열차에 오른 지순(김정민 분). 낯선 거리풍경에 잔뜩 움츠러든 그녀에게 미국 나사(NASA)의 조사관이 찾아온다. 한국 정부와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 국적을 얻은 제이슨 양(이주원 분)도 그 중 한 명이다.

연극 '환도열차'를 관통하는 주제는 '낯설게 보기'다. 1953년 전후 한국사회를 살아가던 지순의 눈을 통해, 미국인이 되어 고국의 사건을 조사하게 된 제이슨의 입을 통해 '2014년 서울'을 바라본다.

제이슨이 말했듯, '구경꾼'의 장점은 현실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연극은 그렇게 '한강의 기적'이란 현대사의 환상을 들춰낸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자'는 기치에 짓눌리고 사라진 가치들이 이들의 눈과 입을 통해 되살아 난다.

지순은 우여곡절 끝에 아흔이 돼 버린 남편 최양덕과 재회하지만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지순은 우여곡절 끝에 아흔이 돼 버린 남편 최양덕과 재회하지만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지순의 남편 최양덕(윤상화 분)은 뒤틀린 근현대사를 표상하는 인물이다. 지순은 우여곡절 끝에 60년의 세월을 견뎌낸 남편과 재회하지만 그는 더이상 그녀가 기억하던 '좋은 사람'이 아니다.

최양덕은 혼란스러운 전쟁통에 사라진 친구 한상해의 이름을 빌려 산다. 그의 가면을 쓰고 악착같이 성공을 향해 달려왔고, 결국 번듯한 대기업 회장이 됐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 여인을 죽이고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에 충성하면서다.

"내가 재주가 있으니까 그년이…날 한상해로 만들었어. 난 먹고 살아야 되니까 그렇게 했고…" (한상해/최양덕)

'환도열차'는 적나라하고 그래서 불편하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쉼 없이 달려온 우리의 민낯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잊혀진 가치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에 매몰돼 성장의 부작용마저 정당화하는 소위 '국뽕'은 1그램(g)도 녹아있지 않다.

그래서일까. 한국 측 조사관에게 "그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사실은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익숙해서 그렇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냐"고 묻는 제이슨의 일갈은 어딘지 모르게 후련하다.

지순의 남편 최양덕(가운데)은 친구 한상해의 이름을 빌려 살며 성공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른다. 지순은 낯선 그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지순의 남편 최양덕(가운데)은 친구 한상해의 이름을 빌려 살며 성공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른다. 지순은 낯선 그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연출 장우재는 2년 전 초연한 작품을 마주 봤을 때 '환멸'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근대'가 그 수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현재 잘 먹고 잘 살게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면서도 "그 좋은 점을 통과해 다시 환멸해야 마땅할 것을 들여다봐야 했다"는 것. 그의 주제의식은 미국 나사 측 조사관 토미(김용준 분)의 마지막 대사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하다.

"오늘의 뉴스. 날씨 맑음. 나들이 가기 좋은 날. 현재 시간 4월 16일 오전 7시 35분."

2년 전 4월 16일, 평화로운 아침을 이야기하는 그의 반어적인 대사를 통해 우리는 연극보다 더 연극 같은 현실을 상기한다. 사고 앞에 무너진 국가체계, 외면받는 유가족, 진실은 사라지고 정치적 공방만 남아버린 세월호 참사를 장우재식으로 기억하는 방법이다.

60년의 시간을 넘어온 열차에 생존자가 있다는, 어찌보면 얼토당토않은 연극이 그 어떤 서사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이처럼 현실이 더 황당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극 '환도열차'는 소극장의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배우들은 2층과 3층 무대, 관객석까지 오가며 공간을 넓게 쓴다. 일자모양의 긴 조명과 무대 기둥 곳곳에 달려 있는 전구 조명을 활용해 동적인 느낌도 연출해냈다. 김정민, 윤상화, 이주원, 김용준 등 초연 당시 참여했던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찰떡같은' 호흡도 몰입감을 높인다.

◇연극 '환도열차'= 작·연출 장우재. 출연 김정민·윤상화·이주원·김용준·안병식·김중기·김곽경희·김충근·최지연·이재인·조판수·조연희·김동규·강선애·이동혁·황설하·김혜진·조홍우·고광준·전영서. 4월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티켓 지정석(1층) 5만원·자유석(2~3층) 3만원·열차구석 1만원. 문의 02-580-1300.

1953년 부산서 출발한 '환도열차' 2014년 4월 16일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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