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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처럼 '팬클럽'이 있는 무형문화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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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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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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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현장을 가다] <3> 판소리

[편집자주] 일상에 흩뿌려진 삶의 방식들이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면 '유산'이 됩니다. 무형문화유산은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즉 형태가 없는 유산이지요. 눈으로만 봐야 하는 유형유산과 달리, 무형유산은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을 다 사용해야만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답니다. 그만큼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렵지만 진짜 우리의 문화, 즉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해져 온 오랜 이야기는 유형유산보다는 무형유산에 훨씬 더 짙게 배어있습니다. 두 발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축된 이야기가 담긴 삶의 터전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한 판소리 명창이 고수의 북 소리에 맞춰 소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한 판소리 명창이 고수의 북 소리에 맞춰 소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뜨소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아니 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것이 웬 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어디 내 딸년 보자!"

재미난 장면에서는 호탕하게 웃다가, 슬픈 장면에서는 한없이 펑펑 눈물을 쏟는다.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마음이 찢어지고,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다 같이 웃으며 "옳지!"라고 외친다. 판소리를 보러 온 관객들의 관람 방식이다.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5호 중요무형문화재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뜻의 '판'과 노래를 뜻하는 '소리'가 합쳐진 말로, 17세기 우리나라 서남지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종목이다. 연구자들은 대체로 조선 숙종 및 영조 때 판소리가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가 이야기를 엮어가며 노래를 하는 이 무형문화재는 요새의 '라디오 드라마'와 닮았다. 다만 더 구구절절하고, 애절하고, 서민적이며 해학이 넘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무형문화재 가운데 유일하게 '팬덤'이 형성돼있기도 하다.

지난 1993년 개봉해 국내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지난 1993년 개봉해 국내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일제 강점기 소멸할 뻔…'서편제'로 정점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판소리를 영화 '서편제'를 통해 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제작해 국내 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는 우리의 정서인 '한'이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보여줬다. 소리를 시키려는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 오빠 대신, 아버지의 대리 만족의 희생자가 된 딸이 득음하는 과정을 그렸다.

'득음'이라는 키워드는 판소리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가장 큰 환상 중 하나다. 이 단어는 성(聲)과 음(音)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찢어지는 소리를 수 만 번 거듭한 끝에야 찾아온다는 이 '득음'을 위해 2년간 똥물을 먹어야 한다는 등, 온갖 '설'들이 난무한다.

서편제가 흥행한 뒤 국내에는 판소리 열풍이 불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국권을 상실하며 함께 소멸의 길에 접어들었던 판소리였지만 어린 아이들이 배우기 시작하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소수의 중장년층이 옛 추억을 되짚으며 즐기는 수준에 그쳤지만, 요새는 어린 학생들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판소리 공연장을 찾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성창순(83) 명창이 1985년 첫 시작을 알린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의 경우 매 공연이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완창 판소리는 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거의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공연"이라며 "향유 관객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객 8시간 붙드는 판소리의 매력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판소리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판소리는 분명 알아듣기 힘든 한자어와 고어가 많지만, 서민 예술인 만큼 음악성과 재담이 뛰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 역사 소설인 '삼국지'의 내용을 소재로 한 '적벽가'는 서민적인 정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웅의 무용담에 묻히기 쉬운 이름 없는 군사들의 설움을 그리고, 승상 조조를 놀리는 등 토속적인 정서가 오히려 줄기를 이루는 이야기보다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랑과 미움, 풍자와 해학 등 인간 삶 속 모든 감정이 녹아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에 걸쳐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과정이 판소리다. 무대 위에서 판소리 연창자와 북을 치는 고수는 웃기면서도 눈물나고, 숙연해졌다가도 꺄르르 손뼉치게 하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판소리의 매력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1990년대 '아비뇽 페스티벌' 등 해외 음악 축제를 통해 판소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판소리 팬들이 생겼다. 한 사람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특별한 창법으로 노래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눈에도 특별한 탓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이 팬들도 한몫했다.

성창순 명창은 무형문화재 가운데 판소리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판소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종합 예술"이라며 "한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무대에서 소리를 하며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펼쳐놓는 장르는 어디에도 없는 만큼, 훌륭한 후배들이 나와 열심히 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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