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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86% "은행산업 위기".."산업으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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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형 기자
  • 이학렬 기자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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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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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은행-5(끝)>국내 은행장 설문조사, 위기 촉발할 리스크 '기업부실' 지목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18일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가 신용등급 상향과 함께 올라만 가던 은행 신용등급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올초 독일 도이치은행이 대규모 손실로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듯 은행들의 수난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은행들도 전반적인 은행의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며 오히려 천편일률적 수익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국내 은행장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매년 조 단위의 이익을 내는 은행을 이끌고 있음에도 '지금은 위기'라고 진단했고 수익구조 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더 심각한 위기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장 86% "은행산업 위기".."산업으로 봐달라"

◇14명중 12명 "지금 위기다"= 머니투데이가 '위기의 은행' 기획을 마감하며 국내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4명의 응답자 중 12명(86%)이 "은행산업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의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저금리로 인한 이자수익 감소'를 꼽는 의견이 11명(1, 2순위 합산)으로 가장 많았고 '경직된 인건비 구조로 인한 비용절감의 한계'와 '기업부실 심화'가 각각 5명, 4명이었다. 수익은 계속 감소하는데 비용은 줄일 수 없고 여기에 기업부실까지 심화돼 은행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은행장들이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이자수익 감소'는 향후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자수익을 결정하는 순이자마진(NIM)이 2006년말 2.61%에서 지난해말 1.58%로 하락,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당분간 반등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NIM의 반등 시기를 묻는 질문에 9명(64%)이 '수년내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4명이 '2년 이내', 1명이 '미국의 출구전략이 구체화되는 시점으로 예측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위기 촉발시킬 리스크 1순위 '기업 부실'= 앞으로 은행들이 느끼는 위기를 현실로 만들 리스크로는 '연쇄적인 기업 부실'을 지목(8명 57%)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부실 기업이 급증하며 은행에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진단이다. 지난해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71%로 전년말 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28조5000억원으로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올해 더 강화된 기준으로 기업들의 옥석가리기에 나서기로 하면서 부실채권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의 수익이 정체된 상태에서 부실채권의 증가는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자본비율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은행장들은 위기를 현실화시킬 또 다른 리스크로 '글로벌 경제위기'(2명), '가계부채'(2명) 등을 꼽았다. '핀테크 등 비금융회사들의 영역 확대'를 위기 요인으로 지목한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은행의 수익모델을 파괴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을 리스크가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수수료=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식해야=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여론을 의식해 이같은 의견을 대놓고 개진하지는 못한다. 은행들이 일부 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인상'이 아닌 '현실화'로 표현하는 것도 곱지 않은 외부 시선 때문이다.

은행장들은 '수수료 인상 또는 현실화 방안'(주관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지만 종합하면 '은행은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하고 금융당국은 가격 불개입 원칙을 지키며 고객은 수수료가 서비스의 정당한 대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 은행장들은 '고객이나 영역별 수수료 차등화'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비우량·저수익 고객에 대한 수수료 현실화'(A은행장), "무분별하게 적용하던 수수료 우대 및 면제 제고"(B은행장), "비활동계좌에 대한 계좌 유지 수수료 신설"(C은행장), "국내 미도입 수수료, 자산관리와 투자금융 등 신사업에 대한 수수료 발굴"(D은행장) 등도 제시됐다. 획일적 수수료 인상은 고객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니 고객이나 영업에 따라 차별화된 수수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수수료 현실화(3명)'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8명)을 더 많은 꼽은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수수료 인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무엇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게 절실하다는 현실 판단으로도 보인다.

다만 '은행의 수수료 결정권 보장'은 공통된 의견이었다. 금융당국이 이미 '가격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고 감독규정으로 명문화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당국의 간섭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은 도구가 아니라 산업"..정치권의 인식 변화 호소= 금융개혁으로 '규제가 완화됐다'는 응답은 10명(71%)이었지만 '아니다'(2명), '표면적으론 그렇지만 체감하지 못한다'(2명)는 응답도 약 30%에 달했다.

20대 국회에 대해선 19대 국회와 마친가지로 '시장 개입에 큰 차이가 없을 것'(10명, 71%)으로 전망해 정치권에 별 기대가 없음을 드러냈다. 은행장들이 '정치권에 대해 바라는 것'(주관식)은 대단한 법률 개정이 아니었다. '금융산업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E은행장은 "금융을 개발금융 시절의 제조업 육성 차원이 아닌 독립적인 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문했다. F은행장은 "상업성보다 공공성이 강조돼 시장 기능에 기초한 자율성과 경쟁력 향상보다 항상 규율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산업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독자산업으로 발전시킬 고민"(G은행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대중인기영합적인 일회성 정책 도입을 지양해달라"(H은행장)는 고언도 있었다.

I은행장은 "수익성 악화로 은행들이 자산 성장을 하지 못하면 경제의 혈맥 역할에 제약이 생겨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생존게임의 단계에 들어갔다"며 "은행들이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폭넓은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문 응답자 명단(가나다순)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 광주은행장, 박인규 대구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손교덕 경남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상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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