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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지들이 먼저 했더라면 令이라도 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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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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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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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구조조정의 고통을 지배층이 분담하지 않는 사회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4·13총선을 이틀 앞두고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은 여소야대를 예고하는 자기암시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야당 대표들은 총선 후 여소야대로 입장이 바뀌자 이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야말로 환경에 따라 자기 몸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들이다.

조선업(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해운업(현대상선, 한진해운)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닌데 그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구조조정을 언급하는지 어이가 없다.

야당이 자신의 정체성에 반하는 듯한 방향성을 보이는 현실은 작금의 경제위기가 매우 심각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위기는 아닌 듯 하다. 민의가 두려워 일단 립서비스만 뱉어 놓았을 뿐 마음은 여전히 당내 세력 다툼과 줄서기에 가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 것"이라며 정치권이 산업 구조조정을 보는 영혼없는 시각을 꼬집었다. 경제가 망가져서 모두가 파탄에 빠지지 않는 이상 정치인들의 위기의식에 진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생존 목적은 오로지 정치권력의 지속적 유지와 확산에 있을 뿐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생존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경제위기에 대한 절실함과 진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연목구어다. 이런 고질적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선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같아질 때 비로서 가능하다. 즉 동고동락, 동병상련의 사회적 강제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모든 것이 딴 나라,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경제에 아픔이 있으면 정치에는 그 이상의 아픔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 시스템을 관리하는 입법·사법·행정의 우산 아래 세비를 받는 모든 정치인과 공무원은 납세자인 국민과 생존의 공포를 함께 하지 않고 납세자에게만 구조조정의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산업, 인구구조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의 북핵 문제까지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의 관리자인 정치인과 공무원이 앞장서서 고통을 분담할 수 없다면 아무리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구조조정 정책이라도 고통과 갈등은 치유되기 어렵다.

1997년 IMF위기를 겪은 대다수의 국민은 마치 전쟁 세대가 6.25의 사회적 혼란과 생존의 공포를 영원히 잊지 못하는 것처럼 구조조정과 생계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로 인하여 일반 국민이 겪어오고 있는 강박적 불안과 사회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아프다.

그런데 그 강박과 공포가 일부 집단에게는 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동일 집단 내의 개인 간 차이는 그 집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이지만, 집단 간의 차이는 법과 제도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만들고 관리하는 지배층의 경우는 스스로의 개혁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적 모순이 존재한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바로 그들이다. 틈만 나면 의원 늘이기를 시도하고 연금개혁 요구를 잘도 빠져 나갔다. 국가 시스템의 관리자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생계의 공포로부터 예외 취급 받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비대해져 왔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정부 위원회는 1999년말 319개에서 2015년 549개로 72.1%증가했고, 지자체 위원회는 2014년말 기준 2만861개로 5년 간 20% 증가했다. 공무원수는 2015년 99만6080명으로 IMF위기의 1998년 88만6582명 대비 12.3%인 11만명이나 늘어났다.

이렇게 비대해진 이유를 물으면 아마 100만개(공무원수가 100만명이다)는 족히 나올 것이다. 그리고 모두 국민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국가 관리상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곤란해 보인다. 숙주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스템 붕괴 직전에 있다. 뉴노멀 경제구조의 고착화, 산업과 인구 구조의 급변,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넘는 단극화, 일부 재벌의 모럴해저드, 실업과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충돌, 노동과 자본의 오래된 갈등, 귀족 노조의 자본 착취, 여기에 북핵 문제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요 초미지급(焦眉之急)이다.

지금 당장 정치권은 지난 20년 동안 안주했던 그들만의 온실에서 나와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해야 한다.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위원회 신설 등 각종 정치 과잉 공약은 즉각 철회하고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 대선이나 개헌 등 국론 분열의 쟁점 논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공무원의 구조조정안도 국가적 아젠다로 하루빨리 설정해야 한다.

어설프게 세비나 깍고 비용 몇 푼 절감하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자기희생의 치열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국민들은 진심으로 기다린다. 지배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인과 공무원은 통증불감증의 의사와 같다. 구조조정이라는 국민의 통증을 제대로 치유하려면 뼈를 깎는 고통분담과 동병상련의 진정성을 몸소 겪지 않고는 국민에게 구조조정을 기대할 수도 없고 강요해도 효과가 없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지배층이 제 살은 건드리지 않고 남의 살만 도려내려 하니 누가 순순히 받아 들일까.

"지들이 먼저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영(令)이라도 섰겠지…" 이게 지금 지배층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4월 27일 (17: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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