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이너스금리 경기부양 효과 제한적”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은행이 마이너스금리 실물경기 부양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연구부 김보성·박기덕·주현덕 과장은 27일 발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영 현황’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운영이 통상적인 금리경로를 통해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국가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2개 기축통화국을 비롯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중앙은행까지 5곳이다.

ECB와 BOJ는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 위험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고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는 과도한 자본유입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절상을 방어하기 위해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운용방식은 다르다.

ECB는 금융기관 당좌예금 잔액 중 필요지준을 제외한 초과지준과 대기성 수신에 예치된 자금에 대해 –0.4%의 금리를 적용한다.

BOJ는 당좌예금 평균잔액(기초 잔액)에 대해서는 0.1%의 금리를 지급하고 필요지준 및 중앙은행 정책자금 대출실적 등은 0% 금리를 적용하되 양적·질적 금융완화로 매년 80조엔 증가하는 유동성 중 일부(10~30조엔)에 대해서만 –0.1%의 금리를 적용한다.

덴마크는 금융기관 당좌에금 잔액이 사전에 금융기관별로 정해진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이를 CD(양도성예금증서) 계좌로 이체하고 이에 대해 –0.65%의 금리를 적용한다.

스웨덴(-0.50%)과 스위스(-1.25~-0.25%)는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운영한다.

스웨덴은 초과유동성을 매주 기준금리로 CD를 발행해 흡수하고 있고 스웨스는 당좌예금 잔액 중 면제한도를 초과한 자금에 대해 –0.75%의 금리를 적용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초과유동성 규모는 ECB가 6400억유로, BOJ가 23조엔, 스위스 1745억프랑, 스웨덴 2310억크로나, 덴마크 966억크로네 내외로 추정된다.

각국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유로지역은 6.3%, 덴마크 5.0%, 스웨덴 5.9%, 스위스 17.8%, 일본 4.7% 수준이다.

스위스는 국제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데다 지난해 초까지 환율하한유지제를 시행한 영향으로 다른 나라보다 마이너스금리가 적용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의 단기 시장금리는 2016년 3월말 기준으로 모두 마이너스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국채 등 장기채권 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미쳐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만기도 장기화되고 있다.

외환시장에 있어서는 유로화의 경우 마이너스금리 도입과 양적완화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일본 엔화는 국제금융시장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오히려 통화가치가 상승했다.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은 통화가치 상승 억제나 환율 안정 등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실물경제 파급효과는 명확치 않다. 유로존은 2013년 2분기 이후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1%대 이하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덴마크, 스위스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 저물가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주로 기인한다”며 “부분적으로 마이너스 정책금리 인하가 은행 예대금리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금리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은행들이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고 예금금리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점유율 유지, 예금수요 감소 등과 연관성이 있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비용부담을 수익성 악화로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 당기순이익 대비 연간 비용 부담액은 유로지역이 약 20억달러, 스위스가 13억달러 정도이며 덴마크, 스웨덴, 일본은 연간 1~2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중앙은행 마이너스금리 도입은 제로금리 하한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부각시켰으나 현재로서는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된 것으로 보기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규모 개방경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영에 더욱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