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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가야금 연주자의 '음탕녀' 변신…"음악성보다 성적 코드가 더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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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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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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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섹드립’ 공연 펼친 모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성적인 이야기, 재미있게 풀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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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데뷔한 모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는 10년 사이 '감성'의 연주자에서 '음탕'의 화술녀로 떠올랐다. 그녀는 "유쾌하게 성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오민정 작가
“어디까지 해봤는지 우리 배틀 한번 할까요?” “좋아요.”

시작부터 간단치 않다. 먼저 ‘공세’에 나선 이는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신승은. 그녀가 ‘성행위 한 기억에 남는 장소는?’이라고 묻자,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여·37)가 주저 없이 “산에서”라고 답했다. “어떤 사람이랑 해봤나?”라고 재차 묻자, “엄지만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 그게 썸(thumb)타는 건가요?” 대화는 즉문즉답(卽問卽答)이다.

야한 대화가 끝나고 정민아는 자신의 곡 ‘울지 말아요’를 불렀다. 지난달 30일 70여 명을 수용하는 홍대 작은 클럽에선 거침없는 성적 대화가 두 여성 뮤지션의 입을 타고 수시로 터져 나왔다.

공연 타이틀은 ‘음탕’. 포스터부터 실오라기 하나 걸친 듯 아찔한 반 누드에 가야금과 기타 하나씩 얹어 보는 이의 동공을 확장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무대는 매진. 어떤 사람과 어떤 곳에서 해봤는지, 성적 취향은 무엇인지, 유혹의 기술과 노하우는 어떻게 터득하는지 모든 성적 기호와 ‘성적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투잡스’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 ‘섹드립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정민아가 모던 가야금의 샛별로 등장했을 때, 그녀는 감동이 점철된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홀로 사는 어머니를 부양하고 음악을 하기 위해 ‘투잡스족’의 생활을 해야 했다. 편의점, 서빙, 바텐더, 가정방문교사를 거쳐 전화상담원에 ‘안착’하며 낮에는 강남 인터넷 회사에서, 밤엔 홍대 클럽에서 5년을 넘게 이중생활을 해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좋은 음반을 꼽는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도 올라 자신의 음악적 입지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홍대 섹드립의 1인자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의 소개 글에서 그녀는 ‘자타공인 인디뮤지션 음담패설계의 1인자’로 묘사됐다.

/사진제공=튜나레이블<br />
/사진제공=튜나레이블
청초한 외모, 가야금을 기타처럼 연주하는 실험적인 연주자, 일상의 언어로 잔잔한 감동과 서정성을 앞세운 가사 등으로 인식해 온 이에게 불쑥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선 그녀가 궁금했다. 공연이 끝난 뒤 전화로 그녀를 만났다.

“제 성적 취향과 음담패설을 공식적인 무대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글쎄요. 예전부터 음담패설은 사회적으로 금기시 돼 온 게 사실인데, 전 금기적인 단어를 금기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런 단어들은 19금 공연이라도 해도 불편해 할 수 있죠. 그래서 공연 취지를 영화 ‘래리 플린트’의 주인공이 연설하는 장면으로 대신했어요. 사건 사진을 찍어 뉴스에서 보도하면 퓰리처상을 받지만, 섹스는 합법이라도 뉴스에 내보내면 법적 처벌을 받죠. 전쟁의 참상은 되고, 인간이 즐기는 성은 죄인가요? 성을 금기시하는 건 권력자가 대중의 본능을 통제하려는 욕구와 종교적인 문제 등이 결부돼 있지만, 실은 말해도 되는 것을 스스로 검열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돼요. 그런 점에서 전 수치심이 없다고 할까요?”

‘음악성’보다 ‘성’이 발달한 일상의 음탕녀…“남들의 색안경 별로 안 중요해”

이 공연은 오래전부터 정민아의 ‘기질’을 알고 있던 한 기획자가 요즘 눈에 들어온 같은 과(?) 출신의 신인 여성 뮤지션을 알아보고 ‘협연’ 형식으로 시작한 무대였다. 두 여성이 처음 만났을 땐 서로 눈치만 살폈지만, 술잔이 긴 밤으로 이어지면서 술탕의 기운은 음탕의 언어로 바뀌어 있었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아니 두 미녀 뮤지션이 음탕한 얘기를 하는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자,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재즈 연주자들이 서로 반주를 맡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한다. 국내 최고 베이시스트 중 한 명인 서영도는 “그날만 시간이 비었다”며 자청했고, 급기야 공연 연주자로 ‘간택’될 수 있었다.

“가야금은 기생의 연주라는 생각이 잔존하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성적인 얘기를 제가 하면 너무 쉽게 한다고 염려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가야금을 연주하지 않더라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지 않겠어요? 비난은 애초부터 걱정거리가 아니었어요. 비난받을 만큼 제가 유명하지도 않고요.”

정민아는 개량 가야금으로 기타처럼 연주한다. 코드를 이용하는 독특한 선율로 그녀는 '판타스틱 모던 가야금 연주자'로 불린다. /사진제공=오민정 작가<br />
정민아는 개량 가야금으로 기타처럼 연주한다. 코드를 이용하는 독특한 선율로 그녀는 '판타스틱 모던 가야금 연주자'로 불린다. /사진제공=오민정 작가

“성에 대한 막연한 스스로의 금기와 검열, 이젠 자연스럽게 깨뜨려야”

정민아는 스스로 음악성보다 성적인 감각이 더 발달됐다고 털어놨다. “잘못 말하면 더러워지는데, 유쾌하게 얘기하는 방식을 안다”는 식의 설명이 덧붙여졌다. 대학(한양대 국악과) 때도 친구들과의 대화가 식상해지면, 그녀가 '그쪽'으로 얘기를 끌고 갔다고 한다. 야한 얘기로 시작해 야한 얘기로 끝내면, 한 시간은 더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게 그녀의 전언이다.

“사석에서도 그런 얘길 잘했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보다 말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없이 하다 보니, 이제 일상이 됐다고 할까요? 절 잘 아는 주위 분들은 이제 ‘어제 밥 먹었냐’는 식으로 ‘어제 했냐’고 물어보죠. 흥분되는 얘기가 아니라 재미있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셈이에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는 잣대에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다만 야한 얘기가 여성의 입에서 나오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암묵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깨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시즌2’도 나올까. 정민아는 “흥미진진함을 위해 바로 할 생각은 아직 없다”며 “시즌2도 좋고 멤버를 바꿔서 해도 좋다”고 웃었다. 그리고 “여자들이 금기를 깨고 자기 몸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공연에 온 관객 중 1년간 사귀면서 아직 ‘하지 못한’ 여성에게 “오늘 당장 모텔을 잡고 고정관념을 깨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예정된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을 향해 정민아는 이렇게 말했다. “승은씨는 작고 저는 처졌어요.” 앙코르곡은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 노래가 울려퍼지자, 모두 한 몸과 한마음이 되어 따라 불렀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정숙한’ 가야금 연주자의 '음탕녀' 변신…"음악성보다 성적 코드가  더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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