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정서’로 감정의 극단 몰고가는 ‘그녀의 무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가수 이소라가 4년 만에 소극장 콘서트를 펼친다.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장기 공연이다. 그의 무대는 소식만으로도 ‘충격’이다. 자주 열리는 무대가 아닌 데다, 한번 여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전율은 듣는 이의 폐부 깊숙이 찌르며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공연명은 ‘여섯 번째 봄’이지만, 봄만큼 마냥 설레는 무대는 아니다. 그의 공연에는 상큼한 봄 향기를 맡자마자, 식은땀을 재촉하는 무더운 열병의 가슴앓이가 있고, 고독하고 처연한 가을의 쓸쓸함을 맛본 뒤엔 어김없이 외롭고 추운 겨울의 차가움이 서려있다.

사계절의 정서를 만끽하고 나서야, 온전히 객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성의 효과는 그가 지닌 무대의 힘이기도 하다.

이소라가 시도하는 음반이나 공연은 모두 의외의 선택과 누구도 걷지 않은 길에 대한 집착으로 요약된다. ‘바람이 분다’가 수록된 6집부터 이 행보는 하나의 ‘공식’처럼 사용돼 왔다. 7집에선 제목을 버리고 트랙 숫자만으로 대중과 교감했고, 8집에선 거친 하부 록을 발라드 가수가 다시 해석하는 창조자의 모습까지 읽혔다.

무대에서 그는 대중과 시선을 피하고, 오로지 자기 세계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대중과 눈을 피할수록 더 극단의 슬픔을 만들고, 혼자만의 세계에 동참하려는 관객은 몰입감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씩 제 것의 감정인 냥 들춰내려 한다.

이번 무대에서도 역시 어둠이 더 쌓인 현장감을 맛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 어둠에 일조하는 이들은 작곡가 이승환, 홍준호·임헌일(이상 기타), 이상민(드럼), 최인성(베이스)이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객석의 기침 소리 하나 나오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능력도 그녀가 지닌 마술 중 하나다.

이번 무대에선 가을쯤 발매될 9집 수록곡 가운데 한 곡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9집은 이소라가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고, 낯선 작곡가들이 새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떤 충격의 문이 열릴지 기대감이 적지 않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