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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본 우리 사회의 안전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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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선애 법무법인 로쿨 변호사
  • 2016.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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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애 법무법인 로쿨 변호사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날씨가 좋다. 아이를 유모차에 앉히고 나가려는 순간, 아차 싶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야지.' 농도를 확인하는 순간 외출을 포기했다.

환기를 할 수도 없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려니 찝찝하다. 필터는 언제 갈았고, 청정기는 뭘로 닦아야 하나. 세정제를 꺼내 보니 한창 논란 중인 옥시사의 제품. 성분 표기를 들여다봐도 도통 알 수 없는 성분들. 황사와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도, 집안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도 공포스럽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를 보면서, 왜 우리사회는 법적·제도적으로 이를 예방하지 못했는지 원망스럽기만하다.

우리 사회의 안전감수성은 어느 정도인가. 몇해 전 다룬 공사중지가처분 사건이 떠오른다.

경기도의 한 아늑한 마을, 경사지에 위치한 이 조용한 마을에 분쟁이 생겼다. 외부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신규 주택을 짓다가 안전성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생긴 것이었다.

경사지 바로 아랫집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은 안전을 문제 삼아 관할 행정청에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관할 행정청은 신규 주택에 관한 보강설계서가 접수되자 서류적으로 보완이 됐다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다시 공사 재개를 허가했다.

기록을 검토해보니, 신규 주택의 옹벽은 건축법 시행규칙과 국토교통부 고시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가처분 사건이었지만 이례적으로 현장검증을 신청하고 전문심리위원제도까지 활용해 위험성을 입증했고 결국 법원에서 공사중지 가처분을 받아냈다.

현장검증 당시 의뢰인이 언급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경사지에 위치한 지역이어서 여름철 장마기에 옹벽 자체가 아래로 무너지면 자신의 집을 덮칠 수도 있다고, 비가 오면 무서워서 아이들과 떨고 있다고.

만일 의뢰인이 이 문제를 법원까지 끌고 오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사고가 발생했어도 현행 법으로는 입증된 재산상 손해액에 소액의 위자료만 인용됐을 터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상황 아래서 기업은 제품의 위험을 알더라도, 사고가 났을 때 지불할 비용 부담과 제품의 위험성을 개선하는 비용 부담 등을 비교해 비용이 낮은 쪽으로 결정을 내린 뒤 영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 문제를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이 같은 결정 방식을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아낼 방법은 없을까.

최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은 존슨앤존슨 파우더를 사용해 난소암이 발병했다며 소송을 낸 한 여성에 대해 회사가 총 5500만달러(한화 약 6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손해배상금 중 피해액이 입증된 손해배상금은 500만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머지 5000만달러는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금이었다.

징벌적(처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쪽의 불법행위가 중대할 경우 실제로 입증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영미법 체제 아래서 발전돼 왔다. 기본적으로 대륙법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도 관련 법과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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