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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사교육 확장, 불공정성 우려 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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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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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확대, 약일까 독일까] ②'교육현장 붕괴 가속화' 지적
'비교과 영역 스펙화' '우등생 학생부 집중관리' 등 폐해 낳아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 A고교는 학생들이 미리 써온 내용으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고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학부모가 학원에서 컨설팅 받은 내용을 학생부에 반영해달라고 하는데 사실상 교권침해 사례"라며 "너무 많은 학생들이 이러니까 어떤 선생님들은 '아예 써주고 말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자 일부 현장 교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교육 확장, 불공정성 논란 등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진 한계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확대는 자칫 교육현장의 붕괴만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로 '비교과 활동' 스펙화…사교육 확장 우려도

29일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학생들의 비교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성적과 비교과 영역을 함께 반영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 공부 외에도 교내 수상실적, 인증자격시험, 독서·봉사활동, 자율동아리, 소논문(R&E)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서울 B고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의 선발 자율권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은 문·이과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1학년 때부터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활동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에서 비교과 영역 반영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다는 데 있다. 리더십, 잠재력 등 평가기준도 모호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일단 채우고 보자는 '비교과 활동 스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대학 나름대로 비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기준을 갖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비교과 영역을 준비하던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합격했는지 판단할 수 없어 '특정 대학, 학과를 가기 위해서는 봉사를 ○○시간 해야한다'는 식으로 스펙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증자격시험이나 소논문 등 학교 수업시간에 대비하기 어려운 비교과 활동도 학생들의 부담 요인이다. 평일에는 내신과 수능 준비만으로도 벅차 주말과 휴식시간을 활용해 별도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비교과 활동의 준비 부담을 덜고자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정황도 포착된다.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교내대회나 교육청 주관 대회 등에서 입상하기 위해 외부 사설업체에서 사전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서울 A고 교사는 "이전에는 교과목의 학습 신장을 위해 사교육을 받았지만 이제는 학교생활 전반을 컨설팅 받을 수 있는 사교육이 생겨나고 있다"며 "수상 경력을 위해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미리 지도받을 수 있고, 심지어 장래희망까지 학원에서 설정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제형 수행평가의 경우 사교육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독후감 쓰기 등 학생부 기록에 포함되는 이런 활동들이 온전히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B고 교사는 "교육부에서는 수행평가를 '과정 중심'으로 하라고 하는데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며 "제출한 결과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네가 했다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하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깨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입시전문업체가 최근 개최한 '2018학년도 대입전략 설명회'에서 예비수헙생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DB © News1
한 입시전문업체가 최근 개최한 '2018학년도 대입전략 설명회'에서 예비수헙생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우등생 학생부 집중 관리'…학생이 직접 학생부 초안 써오기도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로 생기는 더 큰 문제는 교사들의 학생부 기록에 있다. 한 명의 교사가 200여명의 학생들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의 세부능력을 관찰하고 기록하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C고 교사는 "학생부 기재로 인한 현장 교사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며 "제대로 쓰려면 학년 말에 몰아서 써주는 게 아니라 평소 수업하면서 관찰해야 하고, 때로는 아이와 상담하면서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고교 입장에서는 '좋은 대학 보내는 학교'라는 대외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평준화 지역과 같이 학생·학부모의 선택으로 입학하는 고교의 경우 그 압박이 상당하다. 이에 공부 잘하는 학생의 학생부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B고 교사는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그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집중 관리해주는 것은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 지역 등에서 오래된 관행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C고 교사는 "학생부를 공부 잘하는 학생 위주로만 잘 써주고 중위권 학생들은 소홀히하는 면도 있다"며 "중위권, 중하위권 아이들도 정성을 기울여 세밀히 쓰야 하는데 교사의 업무와 맞닥뜨리다 보니 어떻게 모든 학생들을 정성껏 써 줄 수 있냐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외부 사설기관에서 '학생부 기록 컨설팅'을 받은 후 초안을 작성해 교사를 찾아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명의 교사가 전체 학생을 관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학생 나름의 자구책인 셈이다.

서울 B고 교사는 "학생부를 쓸 때는 '어떤 학생이 무슨 수업시간에 무슨 질문을 했다'는 등 자세히 적어야 하는데 대학마다 기준도 다르고 복잡하다"며 "강남의 한 고교에서는 학생이 초안을 작성해 교사에게 들고 오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사에게 역량 밖의 일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에 수많은 대학과 학과가 있는데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전공적합성을 평가해 학생부를 기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특히 전공 적합성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결국 대학이 교사에게 역량 밖의 일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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