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전통은행 필요없다"…장례식이나 잘 준비하자

머니투데이
  •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18,728
  • 2016.06.15 07:3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숨고르기]'신금융' 잘 살리는 방향으로 초점 모아야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은행기능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없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선언이 2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수백 개의 지점과 수천·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은행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ICT혁명이 초래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물결이 너무나 빠르고 거세다.

어떤 산업의 미래에 대해 모두가 이렇게 일치된 방향으로 전망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산업에 대한 정책이나 전략을 한 방향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전망의 불투명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통은행에 대해선 혼선이 없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은행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전통은행을 어떻게 잘 죽이고 대신 신금융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전통은행은 사망 선고를 받은 불치병 암환자와 다를 바 없다. 생존에의 지나친 집착이나 무의미한 연명 조치는 사회와 구성원 모두에게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발전적 존엄사를 시급히 준비할 시점이다.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마당에 타이밍을 놓치거나 방향을 벗어나면 글로벌 생태계에서 도태된다. 방향성이 명확한 이상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전세계가 방황하고 있을 때 선제적으로 돌파한다면 만년 금융 후진국의 불명예를 일거에 탈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은행 사망’이라는 방향성 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전략의 일치가 중요하다.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에 급급하여 타이밍을 지연시키거나 인식방향과 다른 정책과 전략을 취한다면 금융선진국의 길은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정책 당국은 전통적 은행 기능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정책은 과감히 폐기하고 더 나아가서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더불어 은행 평가 기준도 신금융으로의 기반 구축과 실행 성과에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은행 스스로 혁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정부 주도로 시행한 ISA제도는 은행들로 하여금 무차별적 물량 경쟁만 유발했을 뿐 정책적 효과도 없이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대응 시기만 늦추는 제도로 평가된다. 또한 최근들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슬며시 인상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비용으로 죽어가는 전통은행에 산소호흡기를 대주는 형국이다.

이처럼 전통은행의 생존을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정책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 금융산업의 재편을 지연시키고 만다. 은행 산업의 급격한 조정기에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관습적인 정책은 시대착오를 넘어 시대역행이다.

금융 편의와 소비자를 위한다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과 핀테크 등 신금융을 통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통은행의 수익성을 지켜주는 조치가 미봉책이나마 의미를 가지려면 그 수익으로 인력의 재편이나 신금융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때 뿐이다.

은행산업 재편의 핵심 축은 은행의 경영진이다. 주인 없는 보수적인 산업에서 라이센스로 연명하는 타율적 영업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경영진에게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생존 전략이나 자율적인 재편 전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은행 산업의 문제점과 방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집단이 은행 경영진이다. 따라서 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과 책임감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감독기관은 이들이 펼치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투자 강화, 지점통폐합·증권보험과의 복합점포 확대 등과 같은 신금융 적합체제로의 전환 전략에는 모든 정책적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반면에 구태의연한 인력 동원으로 전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후진적 상품 캠페인, 부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금융 약자에게는 플랫폼 장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눈 먼 수수료나 챙기는 꼼수 행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은 면피용 구두선에 그치고 오로지 연임과 자리 보전에만 목숨거는 경영 구조 등 구체제를 연장 강화하는 일체의 행위에는 철퇴를 가해 금융 산업의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

문제는 전통은행 퇴장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은행원들이다. 여건으로 보자면 조선·해운업 종사자들 보다 더 어려운 처지라 할 수 있다. 조선·해운업은 구조조정만 잘되면 생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전통은행업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년 내에 로봇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으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은 전망을 무시하고 상위 5%의 평균임금을 가진 은행원들이 지금 수준의 처우를 유지하려고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저항한다면 10년이 아니라 5년으로 그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 은행의 존엄사 준비는 바로 은행원들을 위한 소프트랜딩 해법을 찾는 것과 같다. 정책당국과 경영자는 이들의 전통 은행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모아야 한다.

행내 핀테크 벤처 설립과 분사, IFA(독립투자자문업자) 조기 활성화를 통한 전업, 전통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분할, 부문별 지역별 기능별 독릭 분사, 오프라인 지점과 인력의 비금융적 활용 전환 등 인력 분산과 재편을 위해 소프트랜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수료 인상이나 비영업이익 등 비구조적 재무 개선에 현혹돼서는 타이밍을 놓칠 수가 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망선고를 받은 입장에서 통상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경제시스템을 좌우하는 기간 산업인 만큼 전통은행의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설정하고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6월 14일 (17: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학개미군단' 봉기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