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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구속된 기타 소리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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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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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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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년만에 새 음반 '우주기타' 낸 기타리스트 이병우…서정 벗어난 자유에서 "정체성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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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새 음반 '우주기타'를 낸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는 "베이스의 초퍼나 스트로크 같은 기법을 새로 도입해 우주적 기분을 내고 싶었다"며 "이런 연주를 통해 내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한국 대중음악 신에 출현했을 때, 그에게 붙여진 수식은 ‘서정’이었다. 아름다운 멜로디, 그 멜로디를 품고 규칙적으로 노 저으며 물살을 가르는 듯한 아르페지오는 듣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 한 가닥씩 흩뿌렸다.

1989년 1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에서 보여준 파격과 실험의 행보를 기억하는 이에게도 그는 여전히 서정적이고 따뜻한 선율의 주인공으로 회자될 뿐이었다. 그만큼 그는 예쁜 멜로디 주조의 대가였고, 클래식 연주자를 압도할 만큼 뛰어난 연주자였다.

최근 ‘흡수’ 이후 13년 만에 낸 새 음반 ‘우주기타’에서 그는 더 이상 ‘서정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어떤 실험적 곡에도 서정의 조각 하나씩은 양념처럼 발라놓았던 그는 이번에 완전히 다른 재료로 새 음식을 준비하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작업이 내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흐뭇해 했다.

“그 이유가 팝과 클래식 중간에 있는 내 정체성을 제대로 확인해서예요. 제가 쓰는 사운드나 기타 소리가 라이브로 연주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정체성이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1집의 구성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다시 구현할 수 있게 돼서 자신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병우. /사진=이동훈 기자<br />
이병우. /사진=이동훈 기자
그간 몇몇 음반에서 일렉트릭 기타에 신서사이저 장치를 달아 독특한 소리를 냈을 때, 마니아들 사이에선 혁신적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서니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병우는 “이젠 여기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 음악의 확고한 정체성이 확립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편지’ 같은 새 음반의 몇몇 서정적 선율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병우’ 답지도, 대중적이지도 않다. 1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 이어지는 신비의 소리와 박자감을 희석하는 리듬은 앨범명이 의미하는 시사점과 그대로 일치한다. 기타를 베이스로 쓰는 등 기교를 앞세운 ‘흡수’ 음반 때의 선율과도 완전히 다르다.

어디에서 쉬고, 멜로디로 무엇을 표현하고, 소리를 어떻게 배합했는지에 대한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는 우주의 망망대해 같은 선율이랄까. 그렇다고 목표 없이 헤매는 방황은 아니었다. 보르헤스의 ‘알렙’이 던지는 문맥의 의미처럼, 이병우의 선율은 기타로 표현한 우주가 곧 ‘나’이고, ‘나’가 곧 우주를 표현하는 기타가 된 셈이었다.

“제 음악은 서정적 멜로디를 화려하게 덧붙이는 식으로 쉽게 요약되잖아요. 하지만 이제 그런 연주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왼손 엄지손가락을 6번줄 아래로 끼워 넣어 초퍼(chopper, 음을 잘게 끊어치는 베이스 기법) 느낌을 내거나 스트로크로 6분간 끊김 없이 연주하면서 우주 팽창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우주를 유영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표현한다고 할까요?”

그는 기타를 잡는 순간 구속될 수밖에 없는 기타의 한계에서 자유롭고 싶었다고 했다. ‘다가오는 심장소리’에서 들리는 기타 소리는 이병우가 개발한 독창적 사운드다. 기타를 잡은 이후 스트로크 주법으로 클래식 줄을 휘갈기고 상처(?)낸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새 음반에서 쓰인 기법을 마틴 사가 초기 제품을 특별히 제작한 기타로 선보이고 있다. 그는 &quot;그간 풀리지 않은 숙제를 다 푼 것 같은 기분&quot;이라고 웃었다. 오른쪽 통이 없는 기타들은 이병우가 직접 제작한 제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br />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새 음반에서 쓰인 기법을 마틴 사가 초기 제품을 특별히 제작한 기타로 선보이고 있다. 그는 "그간 풀리지 않은 숙제를 다 푼 것 같은 기분"이라고 웃었다. 오른쪽 통이 없는 기타들은 이병우가 직접 제작한 제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기타 하나에서 밴드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주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13년 만에 내는 음반에서 그간 써먹었던 선율이나 사운드 공식을 그대로 써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음반이 대중적이지 못하더라도 기대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연주했죠. 뭐랄까. 제 길을 그냥 가야했다고 할까요.”

그의 말에는 이중적 의미가 포함된 듯했다. 지난 3월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입학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입장을 음악으로 대신한 듯한 느낌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는 ‘나경원 의원의 지적장애 딸 부정입학’ 사건이 자신에게 향하는 시점에, 새 음반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대상포진과 안면마비가 한꺼번에 찾아온 것도 이때였다. 그는 느닷없이 찾아온 사건과 병 사이에서 완성된 음반을 두고 “사건에서 받은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더 열심히 작업했다”고 했다.

“현재 검찰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음반 내고 공연하니까, ‘왜 음반을 냈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이 사건으로 어렵게 쌓은 음반 작업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이 음반 만들고 너무 행복했어요. 평생 기타로 풀어야 할 숙제를 다 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음악 말고 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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