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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祖父 예금 몰래 훔쳐 이체…"피해자는 祖父 아닌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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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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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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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할아버지 예금이라도 '금융기관 돈'…손자가 돈 빼가면 '친족상도례' 적용 안 돼

[편집자주] [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친절한 판례氏]祖父 예금 몰래 훔쳐 이체…"피해자는 祖父 아닌 은행"
누군가가 내 명의 통장을 훔쳐가 내 비밀번호를 누르고, 통장 안에 있는 예금액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 빼돌린다면 내 돈은 그대로 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임의로 본인 허락 없이 예금통장 안의 예금을 자기 계좌에 옮겨 뒀더라도 계좌이체의 특성상 곧바로 돈이 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돈을 이체 받은 금융기관에게 이체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해당 금액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을 갖게 할 뿐이다.

이와 관련 금전적 피해를 입은 대상은 통장 소유자가 아니라 예금을 이체당한 계좌의 금융기관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2006도2704)이 있다. 절취한 친족 소유의 예금통장을 현금자동지급기에 넣고 조작해 예금 잔고를 다른 금융기관의 자기 계좌로 이체하면 이체당한 계좌 금융기관이 피해자라는 얘기다.

A씨는 할아버지인 B씨 명의로 된 X예금통장을 몰래 훔쳤다. A씨는 현금자동지급기에 훔친 통장을 넣고 예금 잔고 중 57만원을 자기 명의로 된 Y은행에 계좌이체했다. 검찰은 A씨가 권한 없이 계좌이체 해 57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형법상 컴퓨터등 사용사기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의 피해자로 할아버지 B씨가 아닌 X은행을 특정했다.

하급심에서는 "범행의 피해자는 범인 A씨의 친할아버지인 B씨"라며 '친족상도례'를 적용해 A씨의 형을 면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X통장에서 57만원을 자신의 Y은행 계좌로 이체했다고 해서 B씨의 X은행에 대한 예금반환 채권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B씨는 A씨의 계좌이체 행위와는 상관없이 X은행에 예금해 둔 57만원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B씨가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B씨 예금을 보관하던 X은행은 다르다. 재판부는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계좌이체는 금융기관간 금전 거래관계(환거래관계)를 전제로 한다"며 "X은행은 B씨에 대한 예금반환 채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환거래관계상 다른 금융기관인 Y은행에 대해 A씨가 이체한 57만원을 결제할 채무를 추가적으로 부담한다"고 봤다.

A씨의 행위로 X은행은 57만원을 원래 예금주인 B씨에게도, 환거래관계에 있는 이체 상대방 금융기관인 Y은행에도 지급해야 할 위험, 즉 '이중채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쟁점이었던 이유는 바로 '친족상도례'라는 형 감면규정 때문이다. 형법에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 등 일부 죄에 대해 직계혈족 간 벌어졌다면 형을 면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심처럼 피해자를 피의자 A씨의 친할아버지인 B씨로 본다면 해당 범죄 행위는 직계혈족 간의 범죄로서 A씨는 형을 면제 받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를 X은행으로 판단한 대법원에 따르면 A씨와 X은행은 아무런 인적 특수관계가 없어 A씨는 형을 면제 받지 못한다. A씨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의 유죄를 선고 받았고 형 면제 역시 받지 못했다.

◇ 판결팁 = 우리 법원은 재산범죄의 피해자를 특정함에 있어 '실제 재산상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는 자'를 피해자로 보고 있다. A씨처럼 언뜻 친족상도례 규정의 적용을 받아 형의 감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례에서는 특히나 실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위험이 있는 사람(또는 기관 등)이 누구인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어 피해자의 특정이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 제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 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54조(친족간의 범행, 동력) 제328조와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6월 24일 (10:03)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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