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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에게 주식을 맡길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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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 VIEW 32,377
  • 2016.07.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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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주식투자에 백전백패하는 개미들의 투자습관들⑦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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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올해 3월 파이낸셜타임즈(FT)는 과거 10년간 대부분의 주식형펀드가 벤치마크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는 결과가 나온 걸 가지고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유럽 펀드의 86%, 미국 펀드의 98.9%, 이머징마켓 펀드의 97%, 글로벌 펀드의 97.8%가 벤치마크를 하회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지만, 사실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에 대한 의문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이슈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88년 10월 부터 10년 동안 100차례에 걸쳐 전문 펀드매니저의 종목과 기자가 무작위로 선택한 종목에 대해 수익률 비교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버튼 말킬(Burton Malkiel) 교수가 1973년 발간한 저서(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에서 주장한 효율적 시장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론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효율적이어서 종목 선택에서 원숭이나 펀드매니저나 별다른 수익률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1998년 10월 발표한 실험 결과는 펀드매니저의 승률이 61%로 나타나는 바람에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WSJ은 2000년 7월 유사한 실험을 6개월에 걸쳐 다시 실시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펀드매니저의 참패로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으로 말미암아 펀드매니저 보다 원숭이가 더 낫다는 조롱 섞인 이야기가 전세계에 회자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나름대로 검증 실험과 연구에 나서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엔 침팬지와의 대결 실험이 있었고 2009년엔 앵무새와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인간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펀드매니저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펀드의 수익률은 전략적인 주식비중 배분이 95%이상을 차지하고 종목 선택이나 매매타이밍은 일부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산배분이나 매매타이밍의 운용 능력 면만 따져 보더라도 펀드매니저의 위상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들도 돈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위탁할 뿐이지 펀드매니저의 능력이나 전문성을 크게 신뢰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 1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펀드평가 보고서’를 보면 이런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6월말 현재 52조4000억원이나 되는 국내주식형펀드의 기간별 성과를 보면 6개월, 1년, 3년의 펀드수익률은 -1.58%, -6.77%, +4.34%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기간의 지수상승률을 보면 KOSPI는 +0.46%, -5.01%, +5.74%이며 KOSDAQ은 -1.06%, -9.05%, +30.06%로 펀드수익률보다 훨씬 양호합니다.

펀드마다 운용 방식과 주식 비중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변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 측정기간의 장단기에 불문하고 코스닥과 코스피지수 통틀어 대부분 하회하는 결과는 펀드매니저 무용론을 제기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지수에 투자해 놓고 기다리는 게 백 번 낫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3년간 국내주식형의 수익률과 코스피 상승률의 차이는 1.4%포인트입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7천300억원이 지수에 투자했다면 수익으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푸념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정도면 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수익률에서 무차별하다는 이론이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수익률이 항상 낮다는 이론이 나올 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최고의 금융 인재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자본시장의 전문지식과 훈련, 경험을 가지고도 이런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의 원인이 펀드매니저의 역량 때문인지 아니면 펀드운용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문제인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펀드매니저의 개인적 역량은 운용회사와 운용업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검증되면서 경쟁과 도태가 치열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개인적 역량에서 찾기 보다는 금융시스템에서 찾는 게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우선, 뉴노멀 경제구조의 저금리 상태에서 기존의 높은 수수료를 고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총비용율(TER)은 연 1.3%(6월말기준) 수준으로 1년 정기예금과 비슷합니다. 여기에다 각종 매매수수료 등을 부담하면 펀드매니저가 초과수익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고수수료 펀드에 대한 수수료 조정이 없다면 기존 펀드에 대한 환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펀드 환매가 있으면 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가는 떨어지고 이는 펀드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펀드수익률 하락은 다시 펀드 환매를 초래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인센티브 제도가 점점 쇠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금융기관의 인력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전문인력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이에 따라 펀드매니저의 위상이 추락 일로에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운용 업무의 핵심 모티베이션 장치인 인센티브제도의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적절한 보상 장치 없이 네거티브한 인사 압박으로 타인의 재산을 위탁 운용하는 대리인(펀드매니저)에게 펀드수익률 제고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펀드매니저에게서 최선의 역량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상체계가 최소한의 필요조건입니다.

마지막은 운용기관이나 펀드제도가 가진 구조적인 운용 제약 환경입니다. 감독기관의 규정은 물론이고 내부 위험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기준 등을 준수해야 하는 원초적인 제약사항은 개인투자자들이 지켜야 하는 법규의 수준과 범위보다 훨씬 엄격하고 광범위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유니버스(투자가능종목군)라든지 종목별 투자 한도 등은 개미투자자와의 수익률 게임에서 불리한 조건입니다. 더구나 매일 다른 펀드매니저들과 수익률 순위를 다투는 상황은 펀드 운용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단기 실적주의와 조급한 투자 문화는 펀드매니저의 안정적인 운용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 요소입니다.

펀드 시장이 커지고 튼튼해야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펀드 시장을 책임지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여건을 건전하게 다지는 조건들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 조건들이 성숙하기전에는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겨봐야 크게 먹을 건 없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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