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연금펀드에 대처하는 방법

"나쁘고 안 좋은 연금상품은 없다. 나쁘고 안 좋은 상황만 있을 뿐."

현재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을 펀드로 가지고 있는 가입자는 고민이 많다. 한 달 전만 해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접하며 마음고생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펀드의 수익률이 다소 회복됐기 때문이다.


6년째 코스피지수는 제자리를 맴돌고, 주식시장은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관심있게 자신의 연금펀드 수익률을 체크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면 연금이든 뭐든 다 그만두고 싶기 마련. 이런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보유하고 있는 연금펀드를 환매해야 할지 더 지켜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실제로 시중 연금펀드의 지난 한 달간 수익률(7월말 기준)을 살펴보면 국내/해외, 주식형/채권형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1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적지않다.

반면 투자시점이 1년 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1년 수익율을 놓고 보면 국내펀드는 물론 글로벌,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펀드, 또 소비재, 헬스케어 등 지역과 섹터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운용사의 내로라하는 간판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를 2년 혹은 3년으로 확장해보면 수익률은 또 달라진다. 결국 투자자의 입장에선 언제,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렇게 투자시점과 기간을 달리해서 보면 그 펀드가 이상하고 나쁜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패착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나쁘거나 안 좋은 상황은 하나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을 겪다보면 원래 위험자산에 대해 관대한 사람도 절박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며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한다. 이는 최악의 투자결과를 초래한다.

결론적으로 연금관리는 수익률의 문제를 넘어 투자에 관한 자세와 시장에 대처하는 방법이 핵심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연금상품 가입자는 연금투자를 주식투자처럼 한다. 유망펀드만 찾는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대박종목을 고르듯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유행을 따르는 방식의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펀드수익률만 보고 하나의 펀드에 '몰빵' 투자하는 건 세계적인 펀드운용사인 뱅가드의 설립자 존 보글의 말대로 '백미러만 보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잘못'을 저지르는 격이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연금자산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연금은 미래에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여윳돈으로 하는 투자자산이 아니다. 노후를 책임질 목적자산이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손실을 방어하는 투자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냉엄한 투자의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연금을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분산투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