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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세대] 男-중압감, 女-희생 '부담에서 벗어난'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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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해 기자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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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9.1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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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싫어요" <하> '비혼'이거나 '비혼이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

[편집자주] 최근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으로 1인 가족이 가장 흔한 형태의 가족이 됐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페미니즘 열풍과 '혼밥' '혼술' 등 싱글 라이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혼’에 대한 20, 30대 세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결혼을 거부하는 세대의 출현과 이들이 꾸리는 삶의 양식을 조명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비혼을 택했거나 희망하는 남녀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은 '혼밥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싱글 남녀/ 사진=뉴스1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비혼을 택했거나 희망하는 남녀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은 '혼밥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싱글 남녀/ 사진=뉴스1
비혼을 희망하는 사람들 다수는 '집안과 집안의 만남' 식으로 이뤄지는 한국 특유의 결혼제도, 여전히 굳건한 가부장적인 관습,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사노동·양육과 맞벌이'라는 이중착취 구조, 남성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중압감' 등에 대해 거부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결혼제도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결혼이 아닌 결합의 형태 혹은 '졸혼'(일정 시기에 결혼을 종료하는 것)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야 한다"거나 "여성의 희생과 남성의 중압감을 서로 보완할 때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혼을 꿈꾸거나 혹은 이미 '비혼주의자'의 길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비혼을 추구하는 여성보다 남성의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소위 '결혼적령기' 남성보다 젊은 20대 초반 남성들은 비혼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혼자가 익숙해=30대 후반 비혼여성. 외동딸로 자라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하다. 평범한 직장인이다.
△ 필요성 못느껴=30대 후반 비혼 남성. 출퇴근이 규칙적이지 않은 직종에 근무 중이다. 10여 년 동안 일에 집중하며 살았다. 굳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 제도가 싫어서=20대 후반 비혼여성. 한 때는 '행복한 가정'을 꿈꿨지만 '한국 사회의 결혼제도'를 간접적으로 겪은 뒤 마음을 돌렸다.
△ 꿈이 먼저=20대 초반 비혼 '희망' 남성. 아직 대학생이지만 졸업 후 박사 유학을 다녀와서 학계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 가난 물려주기 싫어=20대 초반 비혼 '희망' 남성. 학생이고 여자친구도 있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결혼과 출산 모두에 부정적이다.

[비혼세대] 男-중압감, 女-희생 '부담에서 벗어난' 각자도생
-비혼을 택하거나 비혼을 희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혼자가 익숙해(女)="저는 삶의 스타일이 뚜렷한 사람이라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다른 스타일을 맞춰가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에요. 결혼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부분은 있겠지만 굳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할까요? 저는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고 부모님도 제 성향을 알다 보니 존중해주시죠."

△필요성 못느껴(男)="일단은 결혼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죠. 제가 "이 여자와 결혼하면 잘해줄 수 있다"는 경제적인 여건이 갖춰져야 결혼을 할 텐데, 그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은데, 저한테는 '가족'의 가치보다는 '일적인 성공'이 조금 더 중요해요.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결혼이 부담스러워요."

△제도가 싫어서(女)="저는 2년 전부터 친한 친구들이 결혼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혼' 결심이 굳어졌어요. 갓 취업을 했던 5년 전까지만 해도 '얼른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회에 자리를 잡고 나니까 결혼이 인생의 전부이자 종착역은 아니더라고요. 더군다나 결혼을 둘러싼 양가 부모님의 갈등, 애인이나 친구와의 갈등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보니 한국 땅에서 결혼하면 제가 생각하고 원하던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또 예전보다는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결혼을 통해서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대리효도, 맞벌이와 병행하는 가사노동 등 실제로 요구하는 것도 굉장히 많고요. 그런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스트레스가 됐어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바에야 '혼자 돈 벌고, 쓰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살자'는 생각이 들어서 비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꿈이 먼저(男)="결혼은 굳이 하지 않을 생각이며 혹시 하게 되더라도 삶에서 우선순위에 위치하지는 않을 정도예요. '결혼과 양육'이라는 고전적인 '정상가족 모델'이, 특히 한국에서 과연 개인의 역량 발전과 사회생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죠. 대학원에 진학한 뒤 학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우선인 것도 이유죠. 박사 유학 이전에 결혼하는 경우 이른 나이에 파트너를 결정하게 되는데 과연 그 선택에 얼마나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요. 유학 이후에는 대외적인 학술 활동과 늦은 결혼을 얼마나 병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고요."

△가난 물려주기 싫어(男)="비혼 쪽으로 80%가량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예요. 결혼 비용과 결혼 이후 출산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죠. 일단 가난한 형편에서 자라 제 후손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비혼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혼자가 익숙해(女)="결혼한 뒤로 집안일이나 육아에 매달려 사회적으로 '퇴보'한 여성들을 많이 봐요. 심지어 60대의 어머니께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남자는 애'라고. 한국 남성들의 경우 (여자가) 자신을 챙겨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제 삶을 생각했을 때 결혼을 하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비혼'에 대해 전처럼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지도 않는 것 같고요."

△제도가 싫어서(女)="저와 제 동생 두 딸이 비혼을 선언했는데, 부모님이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였어요. 손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다소 섭섭하신 것 같지만 '해보니 별거 없더라, 결혼'이라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며 응원해주세요."

△필요성 못느껴(男)="부모님께선 '가정을 꾸려야 남자가 안정된다'며 빨리 결혼 하길 원하세요. 그런데 친구나 직장 동료 중에도 결혼한 비율이 절반 정도뿐이죠. 못 간 사람도 있고 안 간 사람도 있어요. 사실 결혼을 하는 일반적인 시기를 넘기면 아예 늦게 결혼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꿈이 먼저(男)="'20대 초반'이라는 제 또래 집단 특성상 비혼을 원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대부분의 친구나 선배들도 공감하고 이해하죠."

△가난 물려주기 싫어(男)="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부터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도 제가 비혼주의자라는 걸 알고 있죠. 아버지도 크게 신경을 안 쓰세요. 알아서 하라는 식이죠."

이들은 결혼제도가 다양화돼야 하는 점, 비혼주의자들을 위한 사회제도가 부족한 점 등을 꼬집었다. /사진=스톡업
이들은 결혼제도가 다양화돼야 하는 점, 비혼주의자들을 위한 사회제도가 부족한 점 등을 꼬집었다. /사진=스톡업
-비혼을 택한 뒤 현재 삶 또는 꿈꾸는 삶의 형태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도가 싫어서(女)="계속 일하며, 제 경력을 쌓는 삶을 꿈꾸고 있어요. 물론 나이가 들면 대다수는 결혼을 했을 테니,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남아있기는 힘들겠지만 나름대로 주변에 또 친구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최근 방영한 '청춘시대'라는 드라마처럼 여자들끼리 모여 사는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필요성 못느껴(男)="여행을 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더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직장생활에 치여 '제 삶'을 가질 기회가 없었거든요.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즐기고 싶어요."

△혼자가 익숙해(女)="비혼주의자로 살면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사회제도적인 면이에요. 금융 거래나 부동산 계약 등을 할 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독신 남자보다도 제약이 좀 많아요. 이자율 혜택을 받을 때나 보증인이 필요한 경우죠. 혈연인 형제가 있다고 해도 그 형제가 결혼하면 사실 제 보증인이 되는 건 어렵잖아요."

△가난 물려주기 싫어(男)="'비혼'이라고 하지만 꼭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이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꿈이 먼저(男)="'비혼'이라고 해도 사회적인 활동, 일, 여가, 연애가 중심이 되는 개인주의적인 삶이 3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비혼주의자가 비연애주의자를 의미하지는 않으니까요. 비혼주의자들이 증가하는 현재 추세에서 개인주의적 삶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필요성 못느껴(男)="예전에는 정말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나타나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자체를 위해서 여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혼하는 사람도 많고, 애 때문에 사는 사람도 많고….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도가 싫어서(女)=결혼이 인생의 전부이자 종착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모두에게 너무나 획일화한 삶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좋은 대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 그런 규범 아닌 규범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죠.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굉장히 이상한 일 아닌가요? 시대가 변했는데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인 규범은 아직도 190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모습과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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