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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사실혼, 결혼과 동거 사이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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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 변호사
  • 2016.09.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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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63세 여성 P씨는 이혼남 K씨를 만나 17년간 함께 살다가 최근 헤어졌다.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K씨가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지만 P씨는 거절했다. 전 남편이 키우고 있는 딸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고 재산을 K씨와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은 P씨 소유 집에서 살았고 생활비도 대체로 P씨가 냈다. 동거 시작 전 사기를 당했던 K씨는 재산이 거의 없었다. 동거 기간 중 K씨가 5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몇 년 부담하긴 했지만 공무원인 K씨의 수입은 따로 살고 있던 세 자녀의 생활비, 교육비에도 부족했기 때문에 P씨는 굳이 생활비 분담을 요구하지 않았다.

동거 시작 후 10년 정도는 사이가 좋았지만 P씨가 K씨의 조언을 따라 몇 차례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보면서 두 사람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K씨가 P씨의 외출을 일일이 간섭하고 사소한 일로 폭언을 하는 일이 반복되자 P씨는 K씨에게 헤어지자고 하면서 원룸을 얻어줬다.

K씨가 헤어지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P씨는 관계가 다 정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거 청산 후 석 달이 지나자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왔다. 17년간의 사실혼관계가 종료됐으니 P씨 소유의 10억 상당 부동산의 절반을 분할해달라고 K씨가 청구한 것.

K씨가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보려면 먼저 관계가 사실혼인지, 동거인지 판명돼야 한다. 사실혼과 사실혼에 이르지 못하는 동거의 가장 큰 차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정리됐을 때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P씨와 K씨의 관계가 사실혼으로 인정받아야 K씨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

이 같은 이유로 P씨 사례와 같은 사실혼관계 종료로 인한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는 으레 사실혼이냐, 동거냐를 두고 공방이 오간다.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쪽에서는 단순동거에 불과하다고 하고, 재산을 받으려는 쪽에서는 사실혼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법원이 사실혼 인정의 요건으로 보는 요소는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 객관적으로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등 두 가지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단순동거고 어디서부터가 사실혼인지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주관적인 혼인의사는 확인하기 어렵고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대체로 결혼식을 올렸는지, 상대방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배우자로 인정받으면서 교류를 했는지를 보기는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P씨 사례의 경우 자녀들이 가끔 오가고 K씨 지인들의 부부동반모임에 몇 차례 참석한 정도의 교류가 있었고, 그 이상의 교류는 서로 주장이 달랐다. K씨는 이런 교류를 들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했고, P씨는 K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일 뿐 혼인의사가 있어서 한 교류가 아니라고 했다. K씨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교류의 정도가 약하고 P씨의 주장을 믿기엔 17년이나 동거했다는 점이 걸린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재산분할청구권 인정여부를 법원이 결정한다면 양쪽 모두 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종래 '서자'취급을 받았던 사실혼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적자의 지위를 획득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황혼이혼 후 재혼이 늘어가는데, 이런 재혼의 경우 기존 가족들과 관계와 재산문제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도 혼인신고 없는 결합을 더 이상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결혼관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사실혼이 무엇인지 우린 아직 잘 모르고 있으니, 조만간 사실혼을 둘러싼 법적인 다툼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혼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와 기준정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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